네이버가 연관검색어와 자동검색어를 임의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관검색어는 인위적인 조작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관심도 순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에도 네이버가 개입해 삭제한 것은 소비자 알권리 침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삭제된 연관검색어에 지난 2016년 10월과 11월 불거졌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검색어가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일단 연관검색어 삭제와 관련해 여론 조작이나 왜곡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련자의 요청과 자체 판단에 의한 것으로 문제의 소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검색어 삭제 기준이 명확치 않은 점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은 네이버가 풀어야 할 숙제다.
KISO 검증위는 네이버의 연관검색어 삭제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타당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과도한 제외처리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제외처리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연관검색어와 자동검색어다. 네이버는 '김동선-정유라 마장마술' 이라는 연관검색어를 삭제했고, 고영태씨가 만든 가방회사 '빌로밀로'와 관련 업체의 이름을 제외시켰다. 네이버는 관련자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고 밝혔다.
KISO 검증위는 이와 관련해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인 정유라 등의 행적에 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조사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색어를 삭제한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삭제 기준이 명확치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네이버는 '최순실', '박근혜'의 연관·자동검색어의 삭제도 문제가 됐다. 네이버는 삭제 이유에 대해 욕설과 미완성 등의 이유였다고 밝혔지만 KISO 검증위는 해당 내용은 다수 의견인 만큼 삭제 사유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삭제한 연관·자동완성검색어도 있었다. 네이버는 '박근혜 7시간 시술' 등의 검색어를 삭제했다. 검색어와 관련된 사실이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을 경우 루머성 검색어로 판단, 제외시켰다는 게 네이버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KISO 검증위는 명예훼손처럼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소문 일종도 여론이나 민심의 반영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 정책이나 국가적 대형 사건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서 유언비어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체 검색어 삭제에 기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검색어는 명백히 루머성 검색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삭제가 타당하다고 해도 '기타'가 아니라 '명예훼손'으로 분류했어야 한다며 삭제 기준에 문제가 있었음을 밝혔다.
KISO 검증위는 또 네이버가 최순실 일가와 관련 있다고 보도된 연예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연예인 루머성 키워드'로 분류해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 포털 사이트 중 이용자 수가 1위에 달하는 곳이다. 시장 점유율은 70% 가량에 달한다. 일반인의 정보 유통의 주요 통로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색어 삭제 등은 여론의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 임의 삭제 논란이 되고 있는 연관검색어의 경우 30일간 사용자의 검색패턴에 따라 연관성이 높은 검색어를 검색창에 보여주는 서비스인 만큼 주요 이슈의 확산경로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KISO 검증위의 검증보고서에서는 네이버가 왜곡, 조작 등의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검색어 삭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지적을 받은 만큼 개선 의지가 더욱 필요하다"며 "자칫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검색어 등을 명확치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네이버 이용자들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일단 KOSI 검증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 심의 결정 및 검증·제안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기준과 투명한 운영을 마련해 신뢰받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국내 인터넷 기업 중 유일하게 외부위원회를 통해 검색 서비스에 대해 검증을 받고 있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검색어 삭제와 관련해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적받은 부분을 반영해 검색어 삭제 기준과 운영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