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만 100만명을 넘었고, 지난 19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2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단시간에 큰돈을 벌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수와 거래금액의 규모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찬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를 두고 금융거래 비용을 줄이는 등 차세대 핀테크 기술의 핵심이라는 의견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투자를 부추기는 일종의 '사행성 도박'이란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금융당국 안정성 미확보 금융대란 우려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의 대표주자는 비트코인이다. 2009년 출시된 비트코인의 가치는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급등했다. 비트코인의 첫 거래는 2010년 5월 22일 라슬로 한예치라는 프로그래머가 1만비트코인(BTC)으로 피자 2판(약 30달러)을 구입한 것이다. 그 때 1BTC의 가치는 0.0034달러였다. 그러나 최근 1BTC의 가격은 4483.55달러다. 7년만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150만배 가량 증가했다.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에 따라 가상화폐의 시장 규모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지난 19일 거래된 가상화폐 규모는 2조601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장 마감 기준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 대금 2조4300억원보다 많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화폐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상화폐 시장과 거래규모의 증가하고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불안정성 위험요소가 있는 상황에서도 단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 자칫 금융대란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국내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거래중인 '원' 단위 화폐의 경우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발행하고 해당 국가의 공식 지급수단으로 규정하는 등 공신력을 보장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발행기관이 특정되지 않아 공신력이 떨어진다.
가상화폐를 거래 대상으로 삼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돈을 조달할 수는 있지만 화폐로서의 가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다고 이해하면 쉽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월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 관련 불법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후 중국 내 비트코인 가격은 1BTC이 장중 6450위안에서 5800위안으로 약 10%가량 떨어졌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중국의 비트메인 우지한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캐시 채굴 암시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지난 19일 130만원까지 상승했던 시세가 하루만에 80만원 선으로 떨어졌고, 지난 6월 이더리움 개발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격이 급락했던 이더리움 가격은 개발자의 생존 소식에 가격이 급등했다.
소문과 루머에 의해 가격의 등락이 반복하는 가상화폐 시장의 특성상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가짜 가상화폐를 미끼로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근 2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구속된 이들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전산상의 숫자를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라고 속여 돈을 가로챘고 피해액은 191억원으로 추산됐다.
금융권 "인터넷 기반 금융환경 확대" 제도적 장치 마련 주문
금융당국 측은 이같은 점에 주목,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중 금융권에서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금융당국과 차이를 보인다. 가상화폐의 기술적 기반에 주목, 차세대 핀테크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자체가 현금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정통화와 같은 보장성이 없지만 이를 운용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자금융 거래를 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KB금융지주는 핀테크 열풍 속에 지난해 비트코인 거래업체인 '코인플러그'에 투자했고, NH농협은행은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과 손잡은 게 대표적이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공유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분산형 장부인데 안전성이 높고 중앙 서버를 유지하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게 장점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의 실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안정성이나 편리성 등이 검증되면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4차 산업 혁명 및 사물 인터넷과 접목되면서 금융거래 양태 등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환경이 인터넷 기반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폐도 변화를 쫓을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단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구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