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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젬 사장 부임으로 한국지엠 '철수설' 잦아들까?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7-08-23 08:08


끊임없이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에 최근 새 사장이 선임돼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초 사의를 표명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 후임으로 카허 카젬(Kaher Kazem) '지엠 인도' 사장이 부임하기로 하면서 과연 신임 사장이 미국 GM(지엠)의 '한국 시장 철수설'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카젬 신임 사장이 인도 사장 시절 지엠의 인도 철수를 단행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지엠의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생산 분야 전문가인 만큼 위기에 빠진 한국지엠을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오는 9월 1일 정식 취임하는 카젬 신임 사장은 부임하기도 전에 현재 부분파업 등 쟁의 중인 노조를 만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철수설, 이번엔 왜?

지엠의 한국 철수설은 한국지엠의 부정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돼 왔던 단골 메뉴다. 그랬던 만큼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라며 가볍게 넘겨왔지만 최근에 불거진 철수설은 그 파장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그 정도로 한국지엠이 최근 처한 국내외적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철수설은 수출부진과 내수시장 침체, 글로벌 시장에서 지엠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 지엠지분 처분 제한 해제 등이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예상보다 저조한 신차 인기와 유럽 수출 감소 등으로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2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냈다.


여기에 지엠 본사는 수익이 저조한 해외 사업장을 단계적으로 접고 있다. 2013년 말 이후 올해 5월까지 유럽 사업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러시아 생산 중단 또는 축소, 계열사 오펠(OPEL) 매각, 인도 내수시장 철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을 차례로 단행했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볼 때 실적이 저조한 한국지엠도 구조조정 대상에 꼽히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올해의 경우 최대주주 지엠이 10월 이후 한국지엠의 지분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더해져 철수설이 더욱 힘을 얻는 상황이다. 지엠이 지난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한다'고 약속한 기한이 오는 10월로 다가오기 때문. 이 밖에 통상임금 판결 이슈, 노조 파업까지 한국지엠의 앞날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상태다.

카젬 신임 사장, 소방수 역할 해낼까?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제임스 김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 소식은 불씨가 붙은 철수설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나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카젬 사장이 선임되며 한국지엠은 수장 공백에 따른 리스크는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995년 '지엠 호주'에 입사한 카젬 사장은 지엠 태국 및 아세안 지역 생산·품질 부사장, '지엠 우즈베키스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 '지엠 인도'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6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카젬 신임 사장은 "한국지엠을 이끌게 돼 무척 기대되며 회사 수장으로서 사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회사 수익성을 개선하고,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쉐보레 브랜드를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수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카젬 사장은 노조와의 임금협상, 노후화된 생산차종에 대한 후속 차종 결정 등 한국지엠의 산적한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젬 사장이 부임하기도 전인 22일 노조를 만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노조는 7.2%인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5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7일 이미 한 차례 4시간짜리 부분 파업을 벌였다. 상견례를 겸한 이날 면담에서 카젬 사장은 노조에 회사 경쟁력 강화와 생존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젬 신임 사장의 부임으로 일단 철수설은 잦아들 전망이지만 한국지엠의 체질 개선 작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내년도 사업 계획까지 마련됐고, 지엠의 대우차 인수시 매각 제한에 관한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철수설은 근거가 약하다"면서도 "다만 '효율'을 강조한 글로벌 지엠의 사업 재편 목표에 맞춰 한국지엠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설비 축소, 인력감축 등 수익성 개선 작업이나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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