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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감이 좋지 않은 이름을 개명하듯이, 병원의 진료과목도 명칭을 바꾼다. 진료 내용의 발전을 반영하기도 하고, 고객(환자)의 범위를 넓히려는 목적도 있다. 다른 진료과목과 환자군이 겹치는 개칭은 '밥그릇 다툼'으로 비화된다.
극심했던 밥그릇 다툼이 2007년 소아과에서 변신한 소아청소년과와 이를 막으려던 내과의 전면전이다. 소아과는 저출산 타격이 심해지자 진료 대상이 '꼬마' 뿐 아니라 '10대 후반'까지라고 인지시키기 위해 개칭을 추진했다. 그러자 내과 의사들이 "청소년 환자를 뺏어가려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양측은 "대한의사협회장을 탄핵하겠다"(소아과) "의협에서 탈퇴하겠다"(내과)며 충돌했는데, 결국 소아과가 승리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을 모셔갔다. 그러나 후유증은 오래 이어져, 개칭 후 모 광역단체 의사회장에 출마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싸늘한 내과 표심을 의식해 출사표에서 '개칭 문제로 내과계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깍듯하게 사과해야 했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개칭은 수월하다. 정신과는 옛날 신경정신과였다가 1982년 신경과와 정신과가 분리되면서 생긴 명칭이다. '정신병자'가 연상되는 부정적 어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로 2011년 바꿨다. 그런데, 아직도 'OOO신경정신과의원'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1982년 이전에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딴 의사가 진료하는 곳이다. 그 원장은 나이가 많은 분이 틀림없다.
마취과는 수술마취 뿐 아니라 통증과 관련한 일반 진료도 한다는 점을 반영해 마취통증의학과로 간판을 바꿨다. 외과는 원래 일반외과였는데, '일반'이라는 표현이 막연·애매하다는 이유로 삭제하고 외과로 단순화했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