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지상파 초고화질(UHD·Ultra High Definition;3840×2160) 방송 시대가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31일 오전 5시부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UHD 본방송을 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지상파의 UHD 방송 상용화로는 세계 최초다.
지상파 UHD 방송은 국내에서 2001년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이후 16년 만에 도입하는 새로운 방송서비스다. FHD(Full High Definition;1920×1080)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 음향을 제공하고 TV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TV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상파 UHD 방송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 UHD 방송이 시작된다고 해도 시청가구 수는 극히 적다. 일부에선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내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제작여건 미비를 들어 방송 개시일을 올해 2월에서 올해 5월31일로 늦춘바 있다.
시청 위해선 어떻게?→ 안테나·셋톱박스 등 구매해야
최근 가전제품 매장에서 UHD TV의 구입자가 늘고 있지만 지상파 UHD 방송 시청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을 위해 별도의 장비 구매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일선 가전매장에서는 아직까지도 "IPTV 이용자라면 이용이 가능하다"등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기도 한 상태다. 가전 매장의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없고, 소비자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 혼란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을 위해 UHD TV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시청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구입에 나서야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일단 지상파 UHD를 직접 시청하기 위해선 UHD TV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별도로 지상파 UHD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실내·외 안테나 구입도 필수다.
기존에 판매됐던 유럽식(DVB-T2)의 UHD TV뿐 아니라 최근 출시된 미국식(ATSC3.0)의 2017년형 UHD TV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UHD 방송 수신률이 높지 않아 안정적인 시청을 위해선 안테나 구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독주택은 실내·외 안테나를 달면 시청이 가능하다. 아파트 단지나 공동주택과 같이 유료방송 단체계약을 통해 공청시설 유지보수 등을 유료방송사가 하고 있는 경우 가구내 TV단자가 분리배선(안테나, 케이블)이 돼 있다고 해도 헤드엔드시스템(아파트나 공동주택 옥상에 설치된 안테나로부터 수신된 TV방송 신호를 변환 및 증폭해 각 구내로 분배하는 설비)을 통해 방송을 수신하고 있다면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이 어렵다. 이럴 경우 공동주택 각 세대에서 개별적으로 실내·외용 안테나를 설치해야만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다.
안테나를 설치했다고 지상파 UHD TV를 바로 시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식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식 UHD TV를 본방송 표준으로 정했다. 유럽식 UHD TV에는 미국식 방송 표준칩이 내장돼 있지 않아 미국식 전송방식을 수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변환용 기기가 있어야만 시청이 가능하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미국식 UHD TV 신제품은 연초 출시돼 보급대수가 미미한 실정이다. 업계는 판매량이 적어 100~500대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상 UHD TV를 구입한 대부분의 소비자가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존 유럽식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나 유럽식 UHD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전파를 미국식으로 변경하는 셋톱박스가 있어야 시청이 가능하다. 셋톱박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업체만 판매에 나서며 가격은 6만~8만원대 사이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셋톱박스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셋톱박스는 삼성전자 TV에만, LG전자 셋톱박스는 LG전자 TV에서만 제기능을 할 수 있다. 중소 TV제조업체의 유럽식 UHD TV를 구입했다면 적용가능한 셋톱박스를 구입하기 전까지 지상파 시청이 불가능하다. 중소 TV제조업체는 개발비와 인증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셋톱박스 출시를 포기했다. 업계 일각에선 호환이 가능한 셋톱박스가 내년 중 출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UHD TV와 안테나, 셋톱박스 등을 구매했다면 UHD TV에 안테나를 연결한 후 리모컨을 통해 자동채널설정을 꼭 실행해야 UHD 방송 채널을 수신할 수 있다. TV제조사별 자동채널설정 방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제품 설명서를 확인해야 한다. UHD 채널은 TV에서 먼저 채널 검색을 한 다음 KBS1 9-1번, KBS2 7-1번, SBS 6-1번, MBC 11-1번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화면 오른쪽 상단 방송사명 우측에 'UHD' 표기로 확인할 수 있다. UHD 방송 시청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정부가 거주지 유형별로 배포하는 '지상파 UHD 방송 수신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디지털방송시청지원센터(국번없이 124)와 UHD KOREA 콜센터(☎1644-1077)를 통해 상담할 수 있다.
케이블방송·IPTV 가입자는?→ 수신형태 변경해야 가능
케이블방송이나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이용하고 있다면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지상파 UHD TV 시청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은 UHD채널 송신 관련 협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보급된 유료방송 셋톱박스 가운데 지상파 UHD 채널을 송신할 수 있는 셋톱박스는 출시되지 않았다.
물론 케이블TV나 IPTV 가입자들이 지상파 UHD TV를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밝힌 지상파 UHD 시청을 위해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번거롭더라도 수신형태를 직접수신으로 변경하면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UHD 방송 시청을 위해 별도 장비를 구매하고 수신 형태를 매번 직접 수신으로 변경하는 등 불편함이 따르는 만큼 이용자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6년 방송매체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구(전국 4388가구) 가운데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가구는 전체의 95%에 달했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인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면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이 수월할 수 있지만 공동 형태의 주택에 지상파UHD 방송 시청이 수월해지기 위해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의 TV를 구입했음에도 별도로 셋톱박스 등 구매가 선행돼야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이 가능한 점도 지상파 UHD 방송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