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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5년차인 문세영 기수가 2017년 싱가포르에서 기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문 기수는 '주로의 황태자'로 불리며, 현재까지 총 1337건의 우승을 달성한 한국 경마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미 기수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그동안 쌓아온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국제무대로 떠나고자 한다.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호주, 일본, 남아공, 브라질 등 전 세계의 기수들이 모이는 만큼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흔을 앞둔 그의 결정에 주변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기수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외에서 시작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마카오에서 3개월간 기수 생활을 거쳤다. 문 기수는 그 때를 회상하며 "내게는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의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마카오에선 경마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라 주말마다 가족, 친구 단위로 경마장을 찾는 외국의 경마 문화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한국 경마 역시 국민들이 사랑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문 기수의 바람이다. 이 소망이 그가 해외 진출을 다시 결심한 계기가 됐다.
물론 천하의 문세영이라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두렵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어떤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말의 뒷발질에 심장을 차여 정신을 잃었다. 그 충격으로 심장이 멈췄고,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살아났다.
주변에서는 큰 부상을 입고 나면 말 타는 게 두렵진 않을지 걱정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 기수 생활에선 이런 일은 더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계기로 경주할 때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렸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더욱 성숙해졌다.
문 기수는 최고의 기수로 평가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박태종 기수를 꼽았다. 그는 "남들이 보기엔 내가 많은걸 이뤘다고 보일 수 있지만, 내 나름의 어려움과 아쉬움이 많았다"며 조심스레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배부른 소리로 비춰질까 쉽게 털어 놓을 수도 없었다.
그 때 마다 찾아갔던 선배가 박태종 기수다. 박 기수는 힘들 때 마다 진심으로 선배로서 그의 고충과 어려움을 들어줬다. 51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2000승을 달성한 박 기수는 그의 멘토였다.
문 기수는 "한 경기가 그리고 1승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으로 박태종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더 큰 기수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