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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그것이 알고싶다] 주사 놓을 때 울리면 안되는 환자는?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7-01-18 16:57


#1 지난달 '독감 대란'으로 뒤늦게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박모씨는 다음날 주사 맞은 어깨가 몸살 난 것처럼 욱신거려 고생했다. 박씨처럼 독감 백신을 맞고 나면 유난히 뻐근하고 맞은 쪽 팔에 힘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독감 백신을 다른 곳에 맞으면 덜 아프고 덜 불편하지 않을까.

#2 평소에 다섯살짜리 아들이 주삿바늘만 보면 자지러져 애를 먹었던 이모씨는 아이가 장염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자 주사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주사실의 베테랑 간호사가 노련하게 아이를 달래더니 순식간에 주사를 꽂고 수액을 달았다. 이씨는 아이가 울지 않는 것에 더 놀랐다.

최근 독감백신과 영양주사 등 주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졌다. 주사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에 대해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엉덩이 주사' vs '혈관 주사' 뭐가 다를까

아프고 불편한 주사, 그냥 먹는 약으로 해결할 순 없을까? 일반적으로 주사는 약효가 빨리 나타나야할 때나 먹는 약 복용이 힘든 상황일 때 놓게 된다. 또 인슐린처럼 위에서 흡수돼 먹는 약으로 만들기 어려운 경우에도 주사제를 쓴다.

그렇다면, 엉덩이에 맞는 주사와 팔에 맞는 주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사의 종류는 놓는 부위에 따라 나눈다. 우선 피부의 표피와 진피 사이에 놓는 피내주사, 진피 아래의 피하지방에 놓는 피하주사, 근육에 놓는 근육주사, 혈관에 직접 놓는 동맥주사와 정맥주사가 있다. 약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는 혈관, 근육, 피부 주사 순이다. 그런데 흡수가 빠를수록 약의 강도가 세거나 부작용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빨리 효과가 나타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우선 수액 주입이나 수혈시 쓰는 정맥주사는 손등, 팔목, 팔 안쪽 혈관에 주삿바늘을 꼽는데, l∼2분이면 약물이 필요한 곳에 도달한다. 약물의 흡수 속도가 빠른 만큼 신중하게 처치해야 한다. 다른 혈관 주사인 동맥주사는 악성종양 치료 등 특별한 경우에 놓는다. 피부에 놓는 주사는 효과는 느리지만 부작용 가능성은 적다. 약물이 천천히 흡수돼야 하는 경우에 쓰고, 팔의 바깥 위쪽이나 복부 등에 맞는다. 피내주사는 흡수가 느리고 반응을 눈으로 볼 수 있어 항생제 반응 검사, 결핵반응검사(투베르쿨린 검사) 등에 쓰인다. 피하주사는 인슐린·지혈제·비타민제를 놓거나, 약을 먹지 못하는 긴급상황에 진통제·강심제 등을 주사할 때 쓴다. 근육주사는 보통 엉덩이 근육에 맞지만 어깨에 가까운 팔 위쪽에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근육량의 차이 때문에 팔보다는 엉덩이에 맞는 것이 효과가 더 빠르다. 하지만 독감백신처럼 주사액 양이 많지 않고 '단체 접종'이 많은 경우에는, 엉덩이 대신 팔에 놓아도 괜찮다.


 ◇정맥주사를 놓기 위해 간호사가 혈관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울리면 안돼!…'정맥주사 스페셜리스트'가 해결사

누구나 주삿바늘을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특히 영유아들은 혈관 잡기가 어렵고 주사에 대한 공포도 커서 보호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드물긴 하지만 손, 발에서 혈관 찾기가 어려워 정맥주사를 머리에 맞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도 혈관이 약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주사놓기가 까다롭다. 따라서 정맥주사를 잘 놓는 스페셜리스트들은 어느 병원에서나 의사들도 어려워하는 '실세'가 된다. 대형병원에서는 대부분 '정맥주사 전담팀'을 따로 두고, 전문 주사실도 운영한다. 일례로 삼성서울병원에는 총 20명의 베테랑 간호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있는데, '막내 간호사'가 2008년 입사한 '10년차' 일만큼 평균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정맥주사 실무에 숙련된 원내 인력을 발탁해 팀을 구성하고, 각 병동은 물론 중환자실, 검사실, 응급실 등에도 지원 인력을 보낸다. 특히 소아병동에 배치되는 인력은 전담팀에서 다시 한번 트레이닝을 거친 '최정예' 간호사들이다. 나은희 삼성서울병원 정맥주사팀 파트장은 "정맥주사를 놓을 때 가장 힘든 케이스는 소아암이나 간·심장 이식 소아환자"이라면서 "아이들이 울면 혈관이 수축되는 데다가, 특히 심하게 울면 마비 증세가 올 수 있는 모야모야병이나 심장 질환 소아 환자들의 경우 '울리지 않고' 주사를 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실제 병원의 소아 채혈실과 주사실에는 캐릭터 인형이나 사탕 등 아이를 달래기 위한 '도구'들이 구비돼 있다.

한편 돌 전 아기들에게는 근육주사도 매우 조심스럽다. 아직 걸음마를 하기 전이라 엉덩이 부근 근육과 신경이 덜 발달돼 손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허벅지 정면과 측면의 중간 부분에 놓는다. 성인도 좌골 신경을 건드리면 마비가 올 수 있어서, 엉덩이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은 피한다.

덜 아픈 주사 vs 더 아픈 주사 차이는?

"아픕니다". 주사 맞을때 "따끔해요"보다 원망스러운 '통증 예고'다. 어떤 주사가 더 아프게 느껴질까? 또, 같은 주사라도 통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단지 주사 놓는 사람의 '손맛' 때문은 아니다. 약제 종류나 약물의 농도, 약물 투여 속도에 따라, 혹은 환자의 질환이나 혈관 상태에 따라 혈관통이 생길 수도 있다. 주사 바늘의 크기나 연마도에 따라 통증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통증을 줄이기 위한 '마이크로니들'(미세 바늘) 패치 형태도 개발됐다. 성장호르몬이나 인슐린 등 자가주사에는 공포심을 줄이며 혼자 놓을 수 있는 펜 타입의 주사도 널리 사용된다.

근육주사 놓기 전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이유도 통증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엉덩이를 때리면 그 통증이 빠르고 강렬하게 전달돼, 그 후에 맞는 주사의 아픈 느낌이 상쇄된다. 한편 정맥주사 놓기 전 혈관 주변을 톡톡 두드리는 것은 다른 이유다. 정맥주사는 한번에 놓는 것이 관건이다. 이 때문에 혈관을 잘 찾기 위해 '울혈(피를 모으는 것)'을 시키게 되는데, 주사 놓기 전 팔 윗쪽을 잘 묶고 팔꿈치 안쪽이나 손등을 자극하면 혈관이 잘 보이게 된다.

같은 자리에 계속해서 주사를 맞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같은 곳에 반복해서 주사를 맞으면, 그 부위 피부가 두꺼워져서 약물 흡수가 잘 안된다. 따라서 인슐린처럼 매일 주사를 놓는 경우, 가능한 부위를 분산시켜 주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정맥주사 바늘도 오래 꽂고 있으면 혈관에 염증이 생길 수 있어서, 3~4일에 한 번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럼 주사 맞은 후 누르라는 경우도 있고 문지르지 말라는 경우도 있는데, 왜 다를까? 우선 피부에 놓는 주사는 맞은 후 누르거나 문지르지 않는다. 결핵이나 알레르기 검사 주사는 맞은 후에 문지르면 피부에 자극을 줘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정맥주사는 주사 제거 후 지혈을 위해 꾹 눌러줘야 한다. 근육주사도 맞은 뒤 꾹 눌러주면 흡수가 잘된다. 약물에 따라 다르지만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는 주사맞은 후 문질러줘야 잘 흡수된다. 단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근육주사로 맞은 후에는 주사 부위를 절대 문지르면 안 된다. 보툴리눔 톡신이 다른 부위로 퍼져 마비나 호흡곤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또 주사 맞은 당일 목욕을 금하는 이유는 주사 맞은 곳에 물이 닿으면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흉터 때문에 논란이 된 주사도 있다. 바로 결핵 예방백신인 BCG다. 국내에서 쓰는 BCG백신은 피내용(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 두 종류가 있는데, 경피용은 도장을 찍듯 피부 넓은 부위에 주사침을 놓는 방식이고, 과거 '불주사'로 불렸던 피내용은 일반 주사기로 백신을 주입하는 것이다. 피내용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주사맞은 부위가 부풀어올라, 비용이 들어도 흉터가 덜한 경피용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피용은 제대로 접종됐는지 확인이 어려워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보건 당국 등에서도 권장하지는 않는다.

'말 많은' 영양주사, 원래 용도는?

'신데렐라' 주사부터 '백옥주사'까지. 그 어느 때보다 '영양주사'가 화제다. 서장훈이 "선수 시절 태반주사를 1년에 50차례 정도 몇 년을 맞았다"고 고백하는 등 유명인들도 영양주사를 맞은 경험을 풀어놓고 있다. 제약사들도 앞다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사흘간 식품의약안전처에서 국내 시판을 허가한 영양주사 제품이 8개나 될 정도다. 영양주사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로 처방되기 때문에, 이러한 출시 러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또 그 효능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피로 회복에 그만"이라며 권하는 병원들도 있지만, 모 대형병원 의사는 "마늘주사 등은 큰 병원에서는 놔주지도 않는다"면서 그 효과에 대한 기대를 일축하기도 했다. 특히 식약처는 감초주사, 마늘주사에 대해 지난 2008년 "피로 회복, 정력 강화 등은 과대·과장광고"라며 관련업계에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애초 허가된 질병 치료 목적과 달리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오·남용과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화제가 된 영양주사의 '원래 용도'는 어떤 것일까.

-'백옥주사': 미국의 유명 가수 비욘세가 애용한다고 알려져 '비욘세 주사'로 유명세를 탔다.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피부 미백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주성분인 '글루타티온'은 항산화물질로, 약품인 '루치온주'는 피부 미백 효과가 아닌 항암제 독성을 '해독'하는 신경성 질환 예방으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신데렐라 주사' : 원래 뇌척수염이나 내이성 난청 개선을 위해 허가받은 미네랄 제제로 만든 것이지만, 체지방 감소와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을 탔다.

-'마늘주사': 비타민 B1(푸르설타민)이 주성분인데, 주사를 맞으면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비타민 B1 결핍증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약품이다.

-'태반 주사' : 원료는 태반추출물이다.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완전히 분해한 주사제다. 원래는 간기능 개선과 갱년기 증상 완화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용으로 쓰이고 있다.

-'감초 주사' :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감초의 주성분으로 간 기능 개선 효능이 있는 글리시리진산암모늄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글리신으로 만든 주사제다. 피부미용 용으로 쓰이지만 주사약품 '히시파겐씨주'는 두드러기, 습진,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만성 간질환의 간 기능 개선 효능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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