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알짜계열사인 동부화재가 이중적 행태로 구설에 휩싸였다. 다른 보험사보다 손해율이 낮으면서도 보험료는 업계 최고로 올린 반면,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는 소송이나 합의 종용 등 부적절한 대응을 일삼고 있다는 것.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고객에게 내 준 보험금의 비율로 손해율이 적정 수준보다 높으면 보험사는 영업손실을 보게 된다.
이와 관련, 오신환 의원(새누리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이 낮음에도 과도하게 보험료를 인상해 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오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개 대형 손보사의 전년대비 지난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12.2%였다. 동부화재는 20.8% 인상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동부화재의 3년간 평균 손해율이 114.4%로 대형 손보사 중 두 번째로 낮다는 점이다.
이처럼 보험료 인상률은 업계 상위권인 동부화재가 막상 고객들의 보험금 지급요청에는 부당한 대응을 펼치며 미적거린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분기 기준 동부화재가 자사 가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132건으로 손보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금소연은 최근 "동부화재가 약관 조항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지급해야 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합의 종용 및 보복 등 비도덕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약관조항의 '사고'는 수술이 아니며,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우연성'이 결여돼 있다"며 "약관에 명시된 '365일' 후 재지급 규정에 따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가입설계서상에도 명백하게 '매 수술시마다' 지급한다며 판매하고 있으면서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공식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민원인을 회유하고 보복하는 것은 보험사로서는 있을 수 없는 비열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가입자가 부당한 지급거부에 대해 금감원 등에 신고하기 전에 먼저 소송을 건 사례도 있다. 2006년 '허혈성심질환'을 보장해 주는 동부화재 무배당 컨버전스보험에 가입한 B씨는 지난해 1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비후성심근증과 관상동맥 폐쇄성질환 진단을 받았다. '최초로 허혈성심질환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보상한다'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혈관이 50% 이상 협착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상담원과 보상지급팀 관계자들도 지급 가능한 건이라고 답변한 뒤 받은 통보다.
B씨는 그해 2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동부화재가 이미 B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민원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동부화재는 B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하기 전에 이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험사의 경우 소송에서 지더라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뿐더러 승소할 경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소송이 걸린 사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기관에 민원을 제기할 수 없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동부화재는 그해 8월경 소송을 취하하고 B씨와 합의해서 사건을 종료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이런 경우가 한 두건이 아니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의료자문단을 통해 의견을 취합한 후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동부화재는 올해 김준기 회장(5.94% 보유)에게 약 65억원, 아들 김남호 부장(9.01%)에게 약 99억원, 딸 김주원씨(3.15%)에게는 약 35억을 배당했다. 김 회장 일가에게만 198억6700만원을 배당한 것으로 총 배당금 약 981억원의 18%에 해당한다. 김 회장 일가는 지난해에도 총 배당금 917억원 중 26%에 해당하는 23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