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기남-하이닉스 박성욱 대표, 3D랜드 진검승부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02-25 14:49


'2016년에는 3D낸드가 주류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건 예고다. 그 다음 예상은 한발 더 나간다. '빠르면 2017년부터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지난해 말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교체 '예언'이다. 즉 D램에서 3D낸드플래시로의 대세 이동을 그렸다.

전쟁은 이미 불붙었다. 글로벌 기업들, '합종연횡'으로 숨가쁘다. 유일한 3D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업체인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다. 세계 3위의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으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올 상반기 3D낸드 양산이 목표다.

도망가야 할 삼성전자의 수장은 김기남 대표다. 반도체 분야에선 '세계적 석학'으로 통한다. 추격에 나선 SK하이닉스호의 선장은 박성욱 대표다. 하이닉스의 신화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국내 수출산업의 젖줄이다. 양사의 전쟁이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다. 두 CEO, 과연 '3D낸드 전쟁'에서 어떤 승전보를 전해줄까.

왜 3D낸드인가


먼저 3D낸드플래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간단히 말해서 반도체 소자를 입체적으로 쌓아올린 메모리반도체다. 2013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내놓았다. 평면인 회로를 여러겹으로 쌓아올렸다. 건물을 생각해 보면 쉽다. 똑같은 면적에 1층보다 층을 더 올리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 원리다.

당연히 3D낸드플래시는 기존 제품보다 성능과 전력효율 면에서 월등하다. 전력소비량은 약 40% 적다. 반면 제품수명은 10배까지 길다. 데이터 속도에서는 2배 정도 빠르다. 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다.

기존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선두주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1.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뒤를 도시바(20.5%), 샌디스크(15.4%), 마이크론(13.8%), SK하이닉스(10.9%)가 쫓고 있다.

경쟁사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3D낸드 시장 공략에 발 벗고 나섰다.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손을 잡았다. 낸드플래시 시장 2,3위의 결합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미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시에 3D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샌디스크와 총 5000억엔(약 5조15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가동 시기는 2017년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도 올해 안에 중국 다롄(大連)공장에서 3D낸드를 양산하겠다는 발표했다. 미국 마이크론도 3D낸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하반기부터 3D낸드 제품의 대량생산을 시작하고 공정개선에 주력해 2017년까지 원가를 2D낸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준호 경영지원부문장이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6조원대의 투자 예산금액 중 상당 부분을 3D낸드 공정전환에 쓸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삼성전자의 대응책은 생산량 증대다. 올 1분기 중으로 실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장과열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원가 낮추기에 어려움이 있고,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도 어쨌든 이미 포성은 울렸다.



잘 나가는 '기술꾼'의 경쟁

두 CEO '능력자'들이다. 가장 객관적인 수치로 말해보자.

김 대표는 201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에 취임했다. 그 해 6월 반도체 총괄 겸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까지 맡았다. 그리고 3분기에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12조8200억원, 영업이익 3조6600억원을 찍었다.

4분기에 주춤했다. 그래도 지난해 삼성전자내에서 기여도는 엄청났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12조7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26조4100억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박 대표는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른다. 2012년 2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회사를 이듬해 흑자로 이끌었다. 3조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챙겼다. 2014년에는 매출 17조1256억원, 영업이익 5조10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8조7980억원, 영업이익 5조3361억원을 찍었다. 3년 연속 최대실적 행진이다. 이쯤되면 둘 다 경영능력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 대표는 앞서 언급한대로 반도체분야 '세계 석학'이다. 1981년 입사후 차세대 반도체 연구에 몰두했다. 1994년 1기가비트(Gb) D램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1997년에는 1Gb D램개발 공로로 당시 최연소 이사대우 승진(38세) 기록을 세웠다. 2010년에는 최연소로 사장단 합류했다.

연구에 관한한 불도저같은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야근을 밥먹듯 하는 탓에 아래 연구원들이 종종 피곤(?)을 호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강한 소신 때문에 한 때 어려움도 겪었었다. 윗사람과의 충돌이 잦아 2009년 종합기술원장으로 밀려났다. 외형상 사장 승진, 하지만 '좌천'이었다. 그러다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를 맡았다. 영업이익 3조원을 올렸다. 곧바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능력자'의 귀환 성적은 화려했다.

박 대표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아니다. '경청'을 중시하는 '소통파'다.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는 내성적 성격이라는 말을 듣는다.

1984년 현대전자 반도체 연구소에 입사했다. 2003년 메모리 연구소장, 2005년 반도체 연구소장을 거쳤다. 2010년부터 연구개발제조총괄(CTO)을 맡았다.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이런 출신들의 공통점이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한 예로 메모리연구소장 시절, 회의를 사무실이 아닌 연구용 반도체 라인에서 자주했다고 한다. 연구소에서 밤늦게까지 직원들과의 토론도 즐겼다.

그런 그가 SK하이닉스 사장에 취임했다. 하이닉스 역사상 첫 엔지니어 출신 CEO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말이 많았다.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실적으로 보기좋게 코를 납작하게 했다. 덕분에 2014년 1분기에만 성과급 6억9800만원을 받았다. 2013년 성과급은 2억원이었다고 한다.

올해는 두 CEO의 또다른 시험대다. 반도체 시장의 경쟁과열로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럴 때 더 필요한 게 '능력'이다. 두 '능력자'는 우리에게 또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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