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시장에 '왝더독' 현상…중저가폰 돌풍으로 프리미엄폰 출고가까지 인하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10-13 09:20


스마트폰시장에서 지갗동이 일고 있다. 갤럭시A8·아카·루나 등 중저가폰이 약진하고 있는 것.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데다, 고가·프리미엄 제품이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 더욱이 이들 중저가폰은 프리미엄급에 육박하는 성능을 갖췄다.

이처럼 첨단 기능이 탑재된 최신 제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상당히 줄면서 제조사들도 고가·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을 내리면서 첨단 기능을 앞세운 고가 전략까지 수정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프리미엄급 성능 장착한 중저가폰 '인기몰이'

중저가폰은 통상적으로 60만원 미만의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모두 지급했을 때 판매가(할부원가)가 0원이 되는 37만9500원 미만의 스마트폰은 '저가폰'이다. 저가폰 이상 60만원 미만의 스마트폰은 '중가폰',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80만원 이상이면 프리미엄폰, 프리미엄폰과 중가폰 사이의 스마트폰은 고가폰으로 구분하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 등에서 말하는 중저가폰의 기준은 조금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제조업체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저가폰으로 본다. 일반 판매점에선 출고가격이 50만원에 못 미치는 휴대폰을 중저가폰으로 분류한다. 공시지원금 최대 상한선인 33만원선을 적용했을 때 소비자 구매가격이 15만~20만원 이하인 제품들이다. 중가폰에는 갤럭시S5나 갤럭시노트4처럼 출고가격이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진 프리미엄 제품도 포함시킨다.

저가는 소비자 구입가격이 10만원 이하인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보급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중저가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그랜드맥스, 갤럭시A5, 갤럭시A8, LG전자의 G3비트·아카와 같은 보급형이다. 외산으로는 화웨이 X3가 대표적이다. 애플 아이폰은 중저가폰으로 분류되는 단말기가 없다.

중저가폰의 특징은 카메라·화면 등 성능과 기능이 프리미엄급 못지않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제조사가 중저가대 스마트폰에 '최고급 성능'을 장착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면서도 고기능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 분명한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갤럭시그랜드맥스는 하루 평균 7000대가 팔려 7월말 기준 약 8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대화면으로 글자를 잘 볼 수 있어 중장년층, 노년층을 위한 효도폰으로 인기를 끈 이 제품은 13.33㎝(5.25인치) 디스플레이에 퀄컴 스냅드래곤410이 탑재됐다.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 4.4 킷캣이 적용됐으며 전면 500만 화소 및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SK텔레콤 전용폰으로 출시된 삼성전자의 보급형 모델 갤럭시A8도 일평균 판매량에서 갤럭시S6(32G)를 제쳤다. 이 제품은 보급형 스마트폰 이상의 사양을 갖췄으면서도 프리미엄급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를 뽐내고, 갤럭시S6 수준의 카메라 기능이 특징이다.

LG전자의 보급형 제품 아카는 이통 3사를 통해 판매된 제품으로 중저가폰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KT가 먼저 아카의 출고가를 기존 39만9300원에서 8만300원 낮춘 31만9000원으로 책정하고, 공시지원금도 31만9000원(데이터 요금제 6만원대 이상 선택 기준)으로 인상했다. 소비자가 6만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면 아카는 공짜폰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지난 9월 SK텔레콤이 단독 출시한 TG앤컴퍼니의 스마트폰 루나(LUNA)는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매력을 발산중이다.

지난 9월 4일 첫 선을 보인 루나는 출시 열흘 만에 초도물량 4만대가 완판 됐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아닌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2500대 가량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루나는 프리미엄급의 성능을 갖추고도 출고가를 40만원대의 가격대를 갖췄다.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우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퀄컴의 스냅드래곤 410 프로세서(1.2GHz·쿼드코어)를 쓰는데 비해 루나는 중고가 이상 모델에 들어가는 810 프로세서(2.5G㎐·쿼드코어)를 적용했다.

3GB 램에 16GB(내장)의 저장 용량도 갖췄다. 저장 공간은 마이크로SD 슬롯을 지원해 최대 128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OS는 안드로이드 5.0(롤리팝)을 적용했다. 일체형인 배터리 용량은 2900㎃h다.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SK텔레콤의 공시지원금 31만원이 적용되면 1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중저가폰 돌풍으로 프리미엄폰 출고가까지 인하

최근 들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프리미엄급의 최신 스마트폰과 중저가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이 기술 발전을 뛰어넘어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놓기 전에는 이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가격이 아닌 확인 가능한 기술력과 빠른 속도였다"며 "2G(음성통화)에서 3G(CDMA)로, 3G에서 4G(LTE)로 넘어가며 빠른 처리속도에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의 기술과 처리 속도 등이 대부분 비슷해지며 기술 기대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며 "이 때문에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저가폰의 '돌풍'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가 가격 전략 등을 수정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최근 2년새 최고급 라인업의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출고가를 16% 내렸다. 지난 8월말 출시된 갤럭시노트5의 출고가격은 89만9800원으로 역대 노트 시리즈 중 가장 저렴했다.

또 지난 1일 LG전자가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의 출고가는 79만9700원으로 80만원선이 붕괴됐다. LG전자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지문인식기능이 탑재됐고, 세계 최초로 두개의 렌즈, 전문가급 동영상 기능까지 추가된 것에 비하면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40만원 미만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시장 비중이 지난해 9월 18%였지만 올해 8월 기준 28.1%까지 증가한 반면 고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54.4%에서 51.8%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비자가 중저가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제조사들도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해선 가격 하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꼬리(중저가폰)가 몸통(프리미엄폰)을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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