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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헬스칼럼] '의도적 재식술'로 균열된 치아 살리기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4-21 09:26


얼마 전 지인의 소개를 통해 필자 병원에 내원한 환자 이야기다.

위쪽 우측 어금니가 상당히 오랜 기간 통증이 있어 잘 씹지 못해 여러 곳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 병원에서도 방사선 검사와 충치·치주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지만 씹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치아는 씹는 면이 닳아 있고 다소 강하게 물리고 있는 것이 발견돼 우선 약간의 높이 조정만을 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증세는 개선되지 않아 시리고, 씹을 때 아픈 증상을 호소했다.

환자는 여러 군데 치과를 돌아다녀도 개선되지 않았고, 필자의 교합 조정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필자에게 차라리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면 어떠냐고 의견을 물었다.

필자는 우선 시린 증상과 씹기 어려운 점이 '치아 균열 증후군'이 아닌가 의심하고 발치하기보다는 신경 치료와 치주 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치아의 '의도적 재식술'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치아 우식증도 아니고 치주 질환도 아니면서 이가 찌릿찌릿하거나 시큰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치아 균열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처음에는 작은 크랙(crack)으로 시작된 것이 씹는 힘과 같이 반복된 자극이 가해지면서 점차 깊게 진행되고 급기야 어느 순간 통증으로 나타난다.

필자로부터 치주 치료와 신경 치료를 받은 후 환자의 시린 증상은 개선됐고, 가만히 있는 경우 통증도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 음식물이 닿으면 통증을 느꼈다. 이런 상태로는 치아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처음에 상담한 대로 의도적 재식술을 하기로 했는데 환자는 여러 번 고생하느니 차라리 이를 빼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도적 재식술은 염증 등의 질환이 있는 치아를 뽑아 통상적으로 20분 이내에 치료하고 다시 꽂아 넣는 시술을 말한다. 의도적 재식술은 본인의 치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손실된 골 형성과 조직재생 유도까지 기대할 수 있게 해준다.

환자의 선택에 맡겨야 하지만 충분한 정보를 들은 후 결정하는 것이 좋아 필자는 임플란트의 장점과 자연 치아의 장점을 설명했다. 특히 점점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10~20년 정도 자신의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얘기했고 환자도 이를 받아 들였다.


환자에게 의도적 재식술을 시술해보니, 예상한대로 치아의 뿌리 끝에서부터 3㎜ 이상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상태였으므로 신경 치료와 치주 치료를 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크랙이 진행되는 부분을 잘 제거하고 진행이 더 되지 않도록 하며, 재감염이 되지 않도록 치료한 후 다시 제 위치에 넣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크라운'을 해 큰 불편없이 치아를 사용하고 있다. 크라운은 금이나 사기 등의 재료로 치아를 완전히 덮어 씌워 크랙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씹을 때 아파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치아의 뿌리 끝이 수직으로 파절(破節)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방사선 사진을 찍어도 나타나지 않으므로 치료가 지연되거나, 신경 치료와 치주 치료를 진행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환자와 치과 의사간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의도적 재식술을 시행하면 90% 이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글·이호정 서울순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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