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하순, 끝물 단풍과 낙엽의 어우러짐이 운치 있는 때이다. 여행마니아들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즈음을 최고의 나들이 시즌으로 꼽는다. 단풍과 나목이 어우러진 숲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 그리고 한소끔 바람에도 흩날리는 나뭇잎에는 만추의 서정이 짙게 배어있다. 호젓한 여정 속에 갑갑한 일상탈출을 기대한다면 망망대해의 장쾌함을 찾아 떠나볼 법하다. 특히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바다는 더 선명한 빛깔을 자랑한다. 그래서 쪽빛 바다와 하얀 포말의 청량감을 담아내는 동해안의 여행 명소, 강원도 양양은 이맘때 맛있는 힐링 여행지로 인기를 끈다. 설악준령에서 자란 귀한 산양(산)삼에 제철을 맞은 도루묵, 송천떡마을의 쫄깃한 인절미, 그리고 동해안의 보양식인 뜨끈한 섭국 등 풍성한 미식거리로 몸과 마음이 흡족한 건강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양양==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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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삼'이란 말 그대로 산에서 재배한 삼을 이른다. 신비의 영약으로 통하는 천연 산삼만은 못해도 상당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00% 자연 산삼인 '천종'은 워낙 희귀해 그 대체제로 산양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산양삼은 사람의 손을 얼마나 거치지 않았는지, 얼마나 생육 조건이 좋은 곳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청정 심산유곡에서 자란 것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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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지역 산양산삼의 역사는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원십육지', '정조실록' 등에 의하면 '양양도호부 시대부터 설악산 산양산삼(양양산양산삼)을 최고품질로 인정하였으며, 조선중엽(1570년)부터 산삼씨앗을 활엽원시림에 뿌려 육성, 산양산삼으로 유명해졌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선조(1567~1608년)때부터 인공재배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서유구(1764~1845)가 쓴 '임원십육지'에서는 '양양군이 천혜적으로 산삼의 자생조건인 기상과 토양이 알맞고 참나무림이 울창한 군락을 이루고 천연해가림 조건을 갖추고 있어 최적의 재배적지로 본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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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전문가들도 양양지역을 산양삼 재배의 최적지 중 하나로 꼽는다. 양양군이 백두대간 중간에 위치한데다 동저서고의 영향으로 사계절이 뚜렷해 희귀약초의 자생여건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산양(산)삼은 동해안 산간계곡의 특이기후대에서 자라 특수성분인 사포닌 등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양양지역 산양산삼 재배지는 대부분 해발 200m이상의 산간지역이다. 따라서 강설량이 많고 여름철 기온이 30℃를 넘지 않는 등 까다로운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배수가 잘 되는 화강암 토양과 참나무과에 속하는 굴참나무 낙엽이 썩은 부식토양이 혼재되어 있어 산양산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지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양군의 산양삼이 고품질을 자랑하는 이유는 이처럼 천혜의 재배환경 말고도 농민들의 정직한 관리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산양삼 재배 210여 농가(재배면적 15만 1494㎡)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등 최고 품질의 '산양삼' 생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임업연구기관과 함께 공을 들이고 있다. 잔류농약-중금속 검사시행은 물론 생산이력시스템을 통한 이력구축, GAP기준의 산양산삼 품종, 등급, 성분 및 함량 조사 등을 시행한 결과 임업진흥원의 품질 인증도 받았다.
양양군청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전도영 과장은 "양양 송이가 그렇듯이 세계 최고의 명품 산양삼을 선보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원시림에 다름없는 깊은 산중에서 비료, 농약 쓰지 않고 청정 설악이 베푸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산양삼이 자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귀한 산양삼은 또 없을 것입니다. 불신의 시대 양양 농민의 선량한 양심으로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챙겨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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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은 산양삼 관련 다양한 제품도 개발, 선보이고 있다. 산양(산)삼 원물포장을 비롯해 산양(산)삼 건강기능성 음료(파우치)제품, 산양(산)삼 전통주, 스포츠에너지 활력제품, 산양(산)삼 고기능성 건강미용화장품 등이 그것이다.
양양군은 산양(산)삼 향토 산업을 통해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함으로써, 이를 지역 내 연관 산업으로 확장, 산업간 연계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산양(산)삼과 송이의 융복합, 산양산삼 현장교육 체험장(학습포) 및 산양(산)삼 홍보관 운영, 산양(산)삼 축제개최를 통해 송이-연어축제, 송천떡체험 등 지역축제와의 연계화 도모 등이 그것이다. 특히 향후 설악산 산양(산)삼 관련 광역클러스터를 실현하는데, 양양군이 그 중심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산양삼은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되며 여러 경로로 유통되고 있다. 양양군청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권용범 계장은 중국산과 구별되는 양양산양삼의 특징에 대해 "새순이 나와 있지 않고, 다리가 여러 개로 잘 발달되어 있으며, 몸통과 머리사이의 구분이 선명하고, 몸통이 짧고 뭉툭하며, 뿌리에 흙이 묻어 있다"고 설명했다.
양양 산양삼은 양양 현지 농가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일산 킨텍스, 서울 코엑스 등에서 연중 10여 차례 열리는 식품박람회 현장에서 가공품과 함께 구입할 수 있다. 10년 근 기준 1뿌리에 10만 원 선. 문의(033-670-2369)
◆동해안 별미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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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이란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분분하다. 그중 정설에 가까운 게 임금님 관련 스토리다. 옛날 한 임금이 오랑캐의 침입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강원도 북부 해안지역이었는데, 임금은 이곳에서 묵(묵어 또는 목어)이란 생선을 맛봤다. 이 맛에 반한 임금은 이를 '은어'라 부르도록 일렀다. 임금이 하사한 이름을 얻은 물고기니 묵은 한순간에 귀한 신분이 됐다. 뒤에 궁궐로 돌아온 임금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은어'를 잡아오게 해 맛보았지만, 피난길에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묵으로 부르게 하면서 '도루묵'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이 얘기가 다소 설득력이 있는 게 옛날에도 도루묵을 '환목어'(還目魚)라 불렀던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대충 맞아떨어지는 스토리이다. 조선 인조 때 이식이란 사람은 잘 나가다가 어렵게 된 자신의 처지를 도루묵에 빗대어 '환목어'라는 시를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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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철은 10월부터 12월까지이다. 한겨울에 들어서면 연안에서 산란을 마친 도루묵들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므로 어획량이 급감한다. 주생산지는 고성, 속초, 양양, 강릉 주문진, 동해, 삼척 등 강원도 동해안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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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옛 정을 맛본다 '송천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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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체험휴양 1번지 '송이밸리 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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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남대천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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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한 치어로 고향을 떠나 수년 동안 3만2000km 망망대해를 떠돌다 다시 태어난 냇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불가사의 그 자체이다. 연어, 장어 등 모천 회귀성 어족은 땀 한 방울을 물에 타서 수백억 배로 희석시켜도 그 냄새를 알아 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후각을 지녔다고 한다.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하천에서 한달 남짓 살고도 3~4년이 지난 후, 입력된 수중 생태계 냄새를 좇아 정확히 모천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강릉 IC~7번국도~양양읍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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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국전문 맛집으로는 양양군 양양읍 안산 1길에 자리한 '해촌'이 유명하다. 섭국 9000원(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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