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밤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건강에 심각한 이상 징후가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SDS 연내 상장 등 3세 후계 승계 과정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밤 11시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상이 나타나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한 상태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스텐트(stent) 삽입술을 시술 받았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폐 부분의 림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호흡기 관련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같히 유의하고 있다. 해마다 겨울을 미국 하와이 등 따뜻한 지역에서 보내는 것도 호흡기 질환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 발발을 염려해서다. 이 회장은 올해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해외로 출국해 미국·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귀국 이후 닷새 만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등 출근경영을 통해 그룹 사업재편과 미래전략실 인사 등을 직접 챙겨왔다.
이처럼 이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으로의 3세 경영 승계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일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발표한데 이어 9일에는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삼성그룹은 지배구조와 관련된 계열사의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각각 축으로 한 전자와 금융 사업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DS를 상장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거머쥐게 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분을 증여·상속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인수하면서 삼성 금융 계열사의 최상단에 우뚝 섰다. 한편 아직까지 건설·석유화학·상사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이 회장의 3자녀 중 누구에게 갈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향배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완제기자 jwj@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