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사갈등 심화 고의 태업 진행…"경영진 부도덕·본사 탐욕 제동"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4-05-11 14:20


한국씨티은행의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과 점포 매각 등으로 인해 국내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3년 새 1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점포도 100개 가까이 줄였다. 씨티은행은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움직임만 보면 전혀 다른 움직임이란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점포 통폐합 대상 56곳의 명단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 32곳을 비롯해 인천 9곳, 경기 8곳 등 수도권에서만 49곳을 철수했거나 조만간 통폐합할 예정이다. 전남·북과 강원 지역에 있던 유일한 점포도 사라지게 된다. 2011년 전국 222곳이던 씨티은행의 점포는 이로써 134개로 88개(40.0%)나 줄게 됐다.

점포 폐쇄로 650명을 내보내면 직원도 4641명에서 3590명으로 1051명(22.6%)이 줄게됐다. 씨티은행의 점포·인력 축소는 수익성 악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11년 4567억원인 순이익은 지난해 2191억원으로 급감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거래는 대부분 비대면 채널로 이뤄지는데 굳이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낭비"라고 말했다. 은행 산업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수익 감소와 영업 방식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씨티은행 노조는 점포·인력 감축 이면에는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씨티그룹 본사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준 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이 고배당에 제동을 걸자 해외 용역비란 편법을 쓴 것"이라며 "이익을 줄이고 비용으로 돌려 탈세한 의혹도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 주된 요인으로 본사가 챙겨가는 경영자문료 등 해외 용역비가 자리잡고 있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2005년 씨티은행이 본사에 보낸 해외 용역비는 437억원으로, 그해 순익 4609억원의 9.5% 수준이었다.

그러나 순익이 2191억원으로 줄어든 지난해 해외 용역비는 1390억원으로 63.4%를 차지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가 본사 용역을 받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화된 원칙"이라며 "국내 세법도 이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씨티은행 노조는 이달부터 보고서 작성, 콘퍼런스 콜(화상회의), 신규상품 판매 등을 거부하는 사보타주(sabotage·고의 태업)를 5~6개월간 벌일 계획이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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