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포천으로 떠나는 '폭포 & 호반기행'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3-07-23 20:28 | 최종수정 2013-07-23 20:37


여름 여행의 또 다른 동반자는 비(雨)다. 특히 올여름처럼 유독 장마가 긴 경우 여행지 선정이 마땅치 않다. 비가 잦은 철에 좋은 구경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폭포다. 비가 내려야 비로소 세찬 물줄기를 시원스럽게 토해내는 폭포가 멋진 여름 여행 테마가 되는 이유다. 비가 그친 호수 또한 운치 있다. 낮게 깔린 구름이 촉촉하게 젖은 호반의 산허리를 휘감아 나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 같은 풍광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서울 지척에 있다. 경기도 포천이 그곳이다.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는 현무암 주상절리 벼랑으로 떨어지는 거센 물줄기가 마음을 다 후련하게 해준다. 멋진 산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정호수 또한 알프스의 유명 호반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게다가 호수 주변에는 멋진 캠핑카라반 사이트까지 있으니 여행의 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포천=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포천 비둘기낭폭포
◆장마철 시원한 폭포 & 호반기행

비둘기낭 폭포

한탄강이 굽이치고 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포천은 여름 여행지로 제격이다. 그중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한탄강변의 비둘기낭 폭포는 장마철에 진면목을 드러내는 곳이다. 30여 만 년 전 유출된 용암이 굳은 뒤 침식돼 이뤄진 주상절리 협곡과 동굴로, 근자에 천연기념물(제537호)로 지정됐다.

포천시는 추가령구조곡을 이루는 한탄강 곳곳의 현무암 지대를 포천의 가장 빼어난 비경 ,이른바 '포천 한탄 8경'으로 꼽았다. 그중 제 6경이 비둘기낭 폭포다. 포천의 심산유곡에서 흘러 나와 작은 내를 이루며 논 옆을 흐르던 물줄기가 갑자기 땅이 푹 꺼진 현무암 주상절리 벼랑으로 떨어진다. 정글처럼 짙은 숲 아래로 떨어진 물줄기는 어둑어둑한 곳에서 소를 이루고 굽이치며 다시 한탄강을 향해 급류를 이뤄 나간다.


비들기낭 폭포. 장마철에 그 위용을 자랑한다.
폭포 옆 급경사지에 설치한 나무 데크 계단을 돌아 내려가자면 현무암 주상절리가 모여 이뤄낸 독특한 지형을 감상할 수 있다.

비둘기낭 폭포는 평소에는 말라 있다가 비가 온 뒤에야 폭포 물줄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때문에 요즘처럼 비가 잦을 때에는 물줄기도 더욱 거세다. 굉음과 함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주변 숲 또한 원시림에 가까워 좀처럼 볕이 들지 않아 피서처로는 그만이다.

폭포 못지않게 절벽 밑 동굴의 천장에서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도 보기에 시원하다. 비둘기낭이란 이름은 절벽과 숲에 비둘기가 많이 살았던 데서 비롯됐다.


본래 비둘기낭 폭포에는 비둘기, 박쥐는 물론, 메기 등 물고기도 많았다. 하지만 몇 년 전 유명 드라마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청정 지역이 일순 몸살을 앓게 됐다. 이에 당국에서는 올해부터는 폭포 물가 출입을 제한하고, 음식물 반입도 통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폭포주변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멋진 경치를 그냥 구경만 하면 될 것을 꼭 물속에 까지 들어가서 목욕하고, 음식 끓여 먹고… 그간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안타까웠다"고 입을 모았다.


비둘기낭폭포 표지 입간판
행정구역은 인접 연천군이지만 멀지 않은 한탄강 인접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 또한 장마철 볼 만한 폭포다. 이곳 역시 비둘기낭 폭포처럼 평지가 움푹 꺼지면서 생긴 협곡에 위치해 있다. 평범한 들판에 너비 30m, 높이 18.5m에 이르는 폭포수가 형성돼 있어 가까이 가지 않고서는 폭포가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주변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생긴 6각형 모양의 현무암 기둥으로, 제주의 그것처럼 한탄강 주변의 전형적 풍광 중 하나다.


비둘기낭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재인폭포는 슬픈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이 고을에는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헌데 고을 원님이 재인의 아내를 탐한 나머지 음모를 꾸몄다. 재인으로 하여금 이 폭포 위에서 줄을 타게 한 뒤 줄을 끊어 죽게 하고는 재인의 아내에게 수청을 들게 했다. 하지만 재인의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문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재인의 한이 서린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이 마을에 절개 굳은 코문이(재인의 아내)가 살았다 해서 '코문리'로 부르다가 후일 '고문리'가 되었다.

산정호반


산정호수
포천의 대표명소는 단연 산정호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비가 잦은 때에는 더욱 청징해진 초록의 산자락과 낮게 깔린 구름이 어우러져 멋진 호반의 정취를 자아낸다. 산정호수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농업용수를 얻기 위해 물길을 막아 축조한 인공호수다. 이미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명성을 날리던 것을 최근 들어 재정비하며 명품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산정호수의 최대 볼거리는 호수와 어우러진 주변 산세다. 해발 922m 명성산의 암릉 등이 호수에 투영된 모습이 압권이다.

5㎞ 남짓 산책로를 따라 걷는 유유자적 호반 트레킹도 상큼한 일상탈출이 된다. 산책로 일부구간에 마련된 수상 데크는 또 다른 묘미를 맛보게 한다. 낮보다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돌아보는 게 더 운치 있다.

◆장마철에 더 인기! '캠핑 카라반'


자연의 풍취와 리조트의 편리함을 갖춘 캬라반 여행이 인기다.
산정호수 주변은 아름다운 호수 말고도 명성산의 암릉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무엇보다도 주변 솔숲이 쾌적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같은 자연경관 속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절로 일상탈출을 만끽할 수 있을 터. 마침 산정호수 숲속에는 근사한 캠핑카라반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명성산 암봉 아랫녘에 터를 잡아 호수가 굽어보이는 곳에 위치한 '굿데이오토캠핑'이 그곳이다. 한마디로 접근성과 주변 경관이 곧잘 어우러진 명품 캠핑 사이트다.


널찍한 캬라반 내부
최근 이동주택용 트레일러를 이용하는 카라반 캠핑이 새로운 레저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비가 잦은 여름철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라반은 침대나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이동주택용 트레일러를 이용한다. 때문에 캠핑 장구를 챙기거나 텐트를 치고 걷는 번거로움 없이 쾌적한 공간에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몸만 가면 되는 시스템이다. 카라반과 연결된 데크에서는 바비큐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계곡 물놀이
굿데이오토캠핑장을 운영하는 홍경의 대표(51)는 "날씨에 구애 없이 쾌적한 전용 공간에서 이색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사적 공간도 넓어 인기"라면서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이나 열대야 현상이 빚어질 때에는 그 수요가 폭증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캠핑의 묘미는 바비큐
경기도 시흥시 하상동에서 초등학생 딸 등과 함께 온 주부 하명옥 씨(42)는 "산정호수 옆 깊은 숲속에 자리해 조용한데다 맑은 계곡까지 흐르니 일상탈출의 느낌을 제대로 받고 있다"며 "아늑한 카라반 속에서 특별한 체험을 하게 돼 좋다"고 흡족해 했다. 함께 찾은 김영주 씨(40)도 "캠핑의 운치에 리조트의 편리함까지 겸해져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주변 연계관광코스도 많아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2박3일 여행은 거뜬 하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엄마와 함께 온 문해솔 어린이도 "계곡에서 물놀이 하며 다슬기를 잡아 좋았다"고 기뻐했다.


캠핑장 계곡
굿데이오토캠핑은 4200여 평 넓은 부지에 총 29대의 카라반이 들어서 널찍한 공간배열이 자랑이다. 홍 대표는 "내방객의 프라이버시를 살리 기위해 100평에 1대꼴로 배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핑장에는 잔디밭과 명성산에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계곡수 등이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도 있다. 매점에서는 라면, 햇반, 숯, 고기, 음료수 등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비용은 카라반 크기에 따라 10만(4인실)~25만 원(6인실) 선으로 성수기 펜션 등의 숙소와 별 차이가 없다. 인터넷(www.goodaypark.com)예약만 받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272번지

(031)536-5001

◆여행메모


한화리조트안시
한화리조트=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가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관했다. 프랑스 론알프스지역 휴양도시 '안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213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는 워크숍과 MT 등 단체 행사에 적합한 공간을 대폭 늘렸다. 온천수를 이용한 사우나도 들를만하다. www.ehanwharesort.co.kr / 031-53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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