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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대학생 김수진 양(19)은 지난 8일 수능이 끝나자마자 시력교정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는 유전질환 때문에 라식과 라섹이 모두 불가능하며, '선천성 백내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렌즈 착용시 눈의 피로와 이물감 외에는 특별한 불편함이 없던 터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는 유전질환이 있는지 전혀 몰랐던 김 양은 자외선 차단 특수 선글라스와 보호 안경 등을 처방받았다. 대학생이 되면 두꺼운 안경을 벗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다니겠다는 꿈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실명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양처럼 수능 이후 라식과 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으려는 예비대학생들이 늘었다. 그런데 라식과 라섹 수술을 받은 후 실명이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AGDSTM(아벨리노 각막이상증)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강남새별안과 나경두 원장은 "자신이 만약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라는 것을 검사를 통해 미리 알게 됐다면 각막을 깎는 수술은 피하고 생활에서 조금만 주의한다면 실명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가 라식하면 2~3년 후 실명
아벨리노 각막이상증(Avellino Corneal Dystrophy)은 눈동자의 각막 표면에 흰 반점이 생기면서 시력이 점차 나빠지는 유전 질환이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부모 중 한 명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식에게 우성 유전될 확률이 50%다. 이 경우 개인 생활 및 환경에 따라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 12세 전후에 발병해 60~70대에 시력이 크게 떨어진다.
국내에는 870명당 한명 꼴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만약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가 라식이나 라섹을 위해 각막표면을 절삭하면 자연 상태에서 느리게 진행되던 흰 반점이 2~3년 후 급격히 퍼져 실명에 이른다.
▲면봉으로 구강세포 채취, 2시간 후 결과 나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는 유전질환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안과에서 검사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각막을 살펴본 후 정확한 진단을 위해 AGDS™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AGDS™(Avellino-GENE Detection System)는 면봉으로 구강 세포를 채취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약 2시간 후 질환여부가 확인된다.
나경두 원장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혼탁한 각막을 깎아 내거나 각막을 이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각막이 두꺼울 때만 가능하며, 흰 반점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난다"면서 "미리 검사를 받고 시력교정술을 하지 않는 것만이 실명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가 시력교정술을 받고자 한다면 라식이나 라섹 대신 안내렌즈삽입술이 가능하다.
▲야외 활동 줄이고,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착용해야
시력교정술이 활발해지면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에 대한 경각심도 많이 부각되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이 많아졌다. 보다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친 안전한 검사법인지 안과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AGDSTM 검사를 받은 사람은 약 30만 명에 이른다. 이중 약 284명 가량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진단을 확정 받아 라식, 라섹수술을 피해 실명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유전질환인 만큼 어릴 때부터 돌연변이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 청소년기에 진단을 받으면 자외선 차단용 선글라스를 처방받는 등 예방의 폭이 넓어진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 부위부터 병변이 시작되므로 가급적 실내에서 일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등 실생활에서 주의가 요구된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