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회장님도 못막은 '삼성테크윈' 비리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1-12-29 12:47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진노'에도 꿈쩍않는 계열사가 있나보다. 삼성테크윈이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방위사업체 15곳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조치'를 내렸다. 적발된 업체는 삼성테크윈, 두산DST, LIG넥스원 등 매출 기준 방위산업 1~3위 업체가 모두 포함돼 있다. 각 업체들은 인건비 과다계상, 관급장비 무단 교체, 수입원가 부풀리기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부정당업자 제재조치'란 정부차원의 사업에 입찰이 제한되는 것을 말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계약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거나 계약 이후 부정을 저지른 업체에겐 특정기간 동안 일을 주지 않는 것이다. 착수금과 중도금을 받을 수 없고 방위사업체에게 주어졌던 특혜도 사라진다. 부정을 저지른 업체는 3~9개월 동안 입찰 참여를 할 수 없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정적 기업이란 이미지는 덤이다.

부정당업자 강력제재에 방산업계 '화들짝'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원가부정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 차원"이라고 밝혔다. 방위산업의 폐쇄적 특성상 만연됐던 각종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방위사업청은 과거 개별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일처리를 해왔다. 대규모 제재를 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테크윈은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발끈하고 나섰다.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다. 판결이 날 때까지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 26일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허위서류 제출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지만 허위 제출이 아닌, 단순 실수인 만큼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삼성테크윈 감사결과 발견된 부정에 대해 강력하게 질책했다.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 회장의 질책에 오창덕 사장은 지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김철교 사장이 부임했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내 '감사통'이다. 그룹 내 감사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감사 전문가다. 경영진단팀에서 상무까지 지냈다.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의 비리척결에 얼마나 강력한 주문을 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사장 교체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또 터졌다. 방위사업청에 인건비 과다계상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삼성테크윈은 고의가 아닌 단순 실수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년9개월간 임금 과다계상이 실수?

방위사업청은 삼성테크윈에 강력히 맞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년9개월 동안 9명의 작업일지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등 특별감사팀에서 실수라기보다 고의성이 높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부차원의 조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불똥이 자칫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소송을 통해 이겨도 부담스럽고, 질 경우 파렴치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 삼성테크윈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경우 이런 이유로 '가처분 소송' 여부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삼성테크윈의 소송결과를 지켜 본 뒤 결과에 따라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LIG넥스원은 방위산업청의 이번 적발에 앞서 2010년 수입원가를 부풀려 납품해 9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대표이사와 법인이 기소, 서울중앙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