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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돈을 좌우하는 쇼트게임의 중요성. 서른 여섯 LPGA 최고령 우승자가 새삼 깨우쳐 줬다. 신들린 퍼팅과 노련한 어프로치로 젊은 강자들을 잇달아 꺾으며 최고령 매치 퀸으로 우뚝 섰다.
지난 2019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프 챔피언 이후 3년 4개월 만의 우승. LPGA 통산 6승째다. 서른 넘어서만 4번째 우승.
지은희는 36세 0개월 16일의 나이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박희영의 한국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32세 8개월 17일)을 새로 썼다.
지은희는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방법이 이번 대회 우승 밖에 없었다. 그 생각과 집중을 많이 했다"며 "올해 못 나갈 줄 알았다가 나가게 돼 기쁘다. 아직까지는 실감이 안 나고 다음주에 가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이번 주에 이어서 다음 주도 잘 했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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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는 4강에 오른 선수 중 유일한 30대 선수였다. 준결승→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모두 20대 초반의 힘이 넘치는 젊은 선수들이었다.
게다가 대회가 치러진 라이베이거스는 불? 더위가 계속됐다. 30도를 넘는 사막의 찜통더위 속에 전날 8강전과 4강전, 이날 준결승과 결승전 등 이틀 간 4개 매치를 소화한 지은희는 "체력적이나 정신적이나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잇달아 물리친 비결이 있었다. 넘실거리는 패기를 잠재우는 건 상대를 허탈하게 하는 노련한 쇼트게임이었다.
전반 시소전을 벌이던 지은희는 후반 들어 확실한 쇼트게임 우위로 승부를 갈랐다.
10번 홀(파4)에서 지은희는 까다로운 2m 파 퍼트를 성공시켰고, 후루에는 파 세이브에 실패했다.
12번 홀(파4)에서는 후루에가 3퍼트 보기로 2홀 차 리드를 잡았다. 16번 홀(파5)에서는 포 온을 했지만 4m짜리 파퍼트를 성공했다. 반면, 후루에는 쓰리온을 하고도 3퍼트 보기를 하며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지은희는 경기 후 "퍼팅이 컸던 것 같다. 퍼팅이 안 됐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그린 주변이 어렵고 마운드가 많아서 어려웠는데, 치핑도 좋았다. 파 세이브를 많이 하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우승 비결을 설명했다. 고참 선수로서의 경험과 노련함에 대해 그는 "기술샷이나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하고 러프에서 어프로치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유리했던 것 같긴 하다"고 인정했다.
나이 먹은 사람이 힘이 넘치는 젊은 사람을 지긋이 누를 수 있는 스포츠. 롱 게임과 쇼트 게임이 공존하는 골프라는 스포츠다. 체력 소모가 심한 날씨와 매치플레이란 열악한 조건 속에 한국인 최고령 우승을 차지한 지은희. 그가 골프의 묘미와 의외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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