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인비(30)가 골프여제의 품격을 보여줬다. ·
|
박인비는 직전 대회였던 ANA인스퍼레이션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마지막 2개 홀에서 퍼팅 미스로 연속 보기를 범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인비는 대회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 내용이 안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두 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한 점은 아쉬웠다"며 "둘 다 1m 안팎의 짧은 퍼트였는데 오늘만 이런 퍼트를 서너 번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날 후반까지 핸더슨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며 역전 우승을 노렸다. 7언더파로 핸더슨에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뒤 강한 바람 속에서도 시종일관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핸더슨을 추격했다. 15번 홀에서는 왼쪽으로 휘는 중거리 버디퍼팅을 홀에 떨구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2타 차 추격을 이어가던 승부는 막판에 갈렸다. 핸더슨이 파3 16번 홀에서 롱아이언으로 홀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타수를 줄였다. 반면 박인비는 파4 17번 홀에서 스리퍼팅으로 보기를 범하며 중요한 순간 타수를 잃고 말았다. 핸더슨과의 타수가 순식간에 4타 차로 벌어진 순간. 조금 맥이 빠진듯 박인비는 18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2위마저 놓치고 말았다. 이날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면 펑샨산을 누르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
하지만 박인비는 바람을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오늘 어느 정도 불기는 했지만 하와이에서는 이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부상 복귀 첫 시즌, 박인비는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복귀 후 첫 우승을 거머쥔 데 이어 최근 두 대회 연속 우승경쟁을 펼쳤다. 최종 우승자는 각각 달랐지만 우승 경쟁자는 모두 박인비였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톱10에 꾸준히 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회마다, 코스마다 들쑥날쑥 한 성적을 보이는 것은 진짜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돌아온 골프여제' 박인비의 꾸준함이 반갑다. 꾸준히 톱10 안에서 우승 경쟁을 이어가다보면 잠시 미뤄둔 개인 통산 20승은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
한편, 지난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박인비와 8차 연장 접전 끝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스웨덴 페르닐라 린드베리(32)는 이날 5오버파로 무너지며 최종합계 이븐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