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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올림픽에 오게 됐고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 과정을 겪었다. 후회없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좋은 플레이로 많은 분들을 행복하게 하는 한 주가 됐으면 좋겠다."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출사표였다. 후회없이 플레이를 했고,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박인비가 세계 최초의 문을 열었다. 그는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08년 6월 US여자오픈에서 대회 최연소(19년 11개월 6일)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국인으로는 5번째 LPGA 메이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꽃이 너무 일찍 핀 탓일까, 슬럼프가 찾아왔다.
2009년, 2010년, 2011년 부진은 계속됐다. 골프를 그만둘까를 고민할 정도로 아픔이 컸다. 박인비는 남편이 된 프로 출신의 남기협씨의 헌신적인 '내조'로 극복했다. 2012년 시계를 다시 돌려놓았다.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대반전이 시작됐다. 2013년에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를 연속 우승하는 등 무려 6승을 거두며 '골프여제'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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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228만7080달러·약 25억원)과 2013년(245만6619달러·약 27억원)에는 LPGA 상금왕을 차지한 그는 2014년에도 웨이그먼 LPGA 챔피언십을 비롯해 3승을 거뒀다. 지난해 8월에는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하며 LPGA 투어 사상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박인비는 지난 6월 LPGA투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회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여자 골프는 116년 전인 1900년 프랑스 파리 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열렸다. 당시 미국 대학생 마가레트 에보트가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최초 여성 올림픽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골프가 전업이 아닌 아마추어 출신이었다.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박인비의 몫이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부상으로 살짝 잊혀지는 듯 했다. 금메달 1순위는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2순위는 태국의 주타누간이었다. 박인비를 두고는 외신에선 '은퇴'까지 보도하는 황당 해프닝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인비는 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올림픽 출전까지 불투명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박인비의 표정에는 독기를 넘어 살기를 느낄 정도로 결연했다. 외신기자들을 향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첫 날 공동 2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마지막 날까지 정상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작심한 박인비를 넘을 여자 골퍼는 지구상에 없었다. 리우는 박인비의 세상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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