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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생갭다 덤덤하고 그냥 붕 떠 있는 기분이다."
2006년 한국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은 김세영은 2009년 전국체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2011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상금랭킹 32위에 머무르는 등 높은 프로의 벽을 실감한 그는 프로 3년차인 올시즌, 국내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아마추어 시절 영광의 재현을 꿈꾸게 됐다.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은 "그동안 샷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 동안 샷이 뜻대로 안되고 안 좋아서 좋은 경기를 못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샷이 많이 좋아진 걸 느꼈다. 다시 내 강점이 돌아온 것 같다"고 총평했다.
이글 한 개에 우승컵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18번홀(파5)이었다. 17번홀까지 1타차 단독 선두에 올랐던 이정은(25·교촌F&B)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져 1벌타를 받고 파퍼트까지 놓쳐 공동 2위로 내려 앉았다. 반면 단독 2위로 18번홀을 시작한 김세영은 두 번째 샷을 홀 2m에 붙이며 이글 찬스를 잡았다. 이어 김세영이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집어 넣었고 2타를 순식간에 줄이며 2위 그룹에 2타 앞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프로데뷔 이후 찾아온 첫 우승 기회이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그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으려도 노력했는데 두 번째 샷을 하고 나서 리더보드를 봐버렸다. 그래서 저 이글 퍼트를 넣으면 우승이겠구나 생각했다"면서 "219m 남은 상황에서 3번 우드를 들었다. 슬라이스 바람이 불어 왼쪽으로 연습이다 생각하고 과감하게 쳤다. 생갭다 너무 잘 떨어져서 놀랐다. 마지막 2m 거리의 (이글) 퍼트는 반신반의로 쳤다.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했는데 들어간 순간 '아!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우승 상금은 1억원을 챙긴 김세영은 내년에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초청장도 보너스로 얻게 됐다. 해외 진출의 꿈이 눈 앞으로 다가온 순간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미국에 가는 것이 꿈이었다. 원래 올해 가고 싶었는데 프로가 되서 성적이 좋지 않아 일단 한국에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진출은 항상 꿈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