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입문하면 아마추어 남자의 경우 두 가지 벽에 부딪힌다. 첫 번째는 100타 깨기, 두 번째는 드라이버샷 200m 날리기다. 골프에서 거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거리에서 밀리면 원하는 스코어를 얻기 힘들다. 장타자는 골프를 쉽게, 단타자는 골프를 어렵게 칠 수 밖에 없다. 특히 프로에게 있어 거리는 스코어 줄이기의 첫번째 무기다.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올시즌 의미있는 기록이 만들어졌다. 올해 PGA 투어 프로들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90.9야드(약 266m)로 집계됐다. 1980년 드라이버샷 비거리 측정 시작 후 처음으로 290야드를 넘겼다. 평균 300야드 이상을 날린 선수도 21명이나 됐다. 1위는 J.B 홈즈로 318.4야드, 2위는 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314.9야드), 3위는 더스틴 존슨(314.2야드), 4위는 로버트 개리거스(313.4야드), 5위는 게리 우드랜드(이상 미국)로 310.5야드였다. 이들 5명은 300야드를 넘어 310야드 이상을 때렸다. 타이거 우즈는 올시즌 293.7야드로 전체 71위였다.
최근 비거리 증가 추세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장비 발달이 한계치에 가까워졌다는 판단 아래 증가폭이 내리막을 걷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를 비웃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 불고 있는 강력한 웨이트트레이닝 바람이 주된 원인이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지구력 뿐만 아니라 근력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22세의 타이거 우즈가 우승할 당시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우즈의 장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젊은 우즈는 거칠것 없는 샷으로 평균 323야드를 날렸다. 매번 이런 괴물샷을 때릴 수는 없지만 혁명의 시작이었다.
투어 선수들의 비거리 측정은 대회마다 몇 개의 지정홀에서 이뤄진다. 시즌 평균 비거리 300야드 돌파는 2000년 존 댈리가 처음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장비 발달이 비거리 증가를 부채질했다. 장비는 드라이버와 볼이 주체다. 볼은 국제 공인규격(지름:42.67mm이상, 무게: 45.93g미만)이 있다. 사이즈를 조금 더 줄이고, 좀더 무겁게 만들면 분명 더 멀리 보낼 수 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신소재를 사용하고, 투 피스, 스리 피스, 포 피스, 파이브 피스 등 볼 구조도 꾸준히 개선됐다. 이제는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것이 장비 업체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 측정 결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볼들의 비거리는 거의 비슷하다는 보고도 잇다르고 있다.
드라이버 역시 헤드 크기가 극대화 됐다. 한계치인 체적 460㏄를 쓰는 드라이버가 대부분이다. 샤프트의 탄성 연구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비거리는 계속 늘고 있다. 이는 체계적인 훈련 때문이다. 예전에는 18홀을 무리없이 돌 수 있는 지구력이 최우선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근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투어코스 전장을 계속 늘리고 있어 선수들은 더욱 거리에 집착하고 있다.
또 웨지와 쇼트 아이언의 그루브(홈)를 더 예리하게 만들 수 없는 룰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거리가 더 중요해졌다. 백스핀이 줄어들면서 세컨드샷은 탄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티샷을 멀리 치면 그만큼 로프트 각도가 큰 짧은 클럽으로 세컨드샷을 할 수 있다. 드라이버샷 투어 평균 비거리 300야드 돌파가 꿈만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