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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주(지단 별명) 없이 우린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격언은 단체스포츠 종목의 절대적인 진리로 여겨진다. 제 아무리 뛰어난 슈퍼스타라고 해도 팀의 일원이라면, 마땅히 팀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이를 어기고 단독 행동으로 팀에 피해를 끼치면 큰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영국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29일(한국시각) '안첼로티 감독이 유벤투스 시절에 지각한 지단을 팀 버스에서 내리게 하려다 실패했던 믿을 수 없는 충격 비화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안첼로티 감독이 영국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밝힌 '지단과의 기싸움에서 패한 썰'이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4~25년 전. 안첼로티 감독이 유벤투스 감독을 맡았던 시기(1999~2001)의 일화다. 사건이 벌어진 정확한 때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부임 첫 해인 1999~2000시즌의 일화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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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역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우승(4회)과 유럽 5대리그 우승의 엄청난 업적을 쌓은 '위대한 명장'으로 불리고 있지만, 당시의 안첼로티는 거의 '초짜 감독'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승경험도 전무했다.
1992년 AC밀란에서 은퇴한 안첼로티는 곧바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은 뒤 1995년 세리에B AC레지아나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승격시켰다. 1996년에 세리에A 파르마에 부임해 2년을 보낸 뒤 드디어 1999년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게 된다.
당시 유벤투스는 '초호화 스타군단'이었다. 지단을 필두로 델 피에로와 에드가 다비즈, 필리포 인자기, 잔루카 잠브로타, 에드빈 판데르사르, 다비드 트레제게 등 레전드급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은 지단이 있었다.
이런 스타들에게 경력이 짧은 안첼로티 감독의 말이 제대로 먹힐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혈기왕성한 안첼로티 감독의 패기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팀의 간판스타인 지단과 기싸움을 벌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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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감독의 지시보다 지단의 존재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이 적은 당시의 안첼로티는 지단의 팀내 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운전기사는 겁에 질렸고, 차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비수 파올로 몬테로가 버스에서 내리더니 출발하자는 내게 '감독님은 이해를 못하고 있네요. 지주(지단) 없이 우린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라고 답했다"며 황당했던 상황을 묘사했다.
감독의 권위라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운전기사나 몬테로에게 화를 내고 징계를 해도 이해될 법한 상황. 그러나 당시의 '젊은 안첼로티'는 다른 선택을 했다. 선수들의 룰을 따르기로 한 것. 안첼로티는 "그때의 나는 '그래, 이건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단이 올 때까지 모두 기다렸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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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첼로티 감독은 2023~2024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다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려놓는 동시에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다. 개인통산 6번째 챔스 결승무대다. 상대는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6월 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여기서 우승하면 안첼로티 감독은 통산 5번째 '빅이어(UCL 우승컵)'를 들어 올리게 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