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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뱅상 콤파니 번리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행이 임박했다.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위약금 마저 합의가 된 모습이다. 독일 스카이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25일(한국시각) "늦어도 주말 안엔 콤파니 감독이 최종 선임될 것"이라며 "바이에른이 번리에 지불하는 이적료는 1000만~15000만 유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플라텐베르크 기자는 김민재의 바이에른행을 맞추는 등 바이에른에 관한한 가장 정통한 기자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있다. 콤파니 감독은 2028년까지 번리와 계약이 돼 있다. 당초 번리는 콤파니 감독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의외로 빠르게 위약금 협상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당연한 결과였다. 바이에른은 올 시즌 김민재와 해리 케인을 영입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켰지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DFB포칼은 일찌감치 하부리그 팀에 패해 짐을 쌌고, 11시즌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던 리그 마저 놓쳤다. 레버쿠젠에 밀리며 12연패에 실패했다. 마지막 자존심인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투헬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해 못할 선수 기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임 가능성도 나왔지만,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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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바이에른은 슈테판 쿤츠 전 튀르키예 대표팀 감독, 훌렌 로페테기 전 울버햄턴 감독,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 등과 연결됐지만,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는 분위기다. 상황은 쉽지 않다. 디어슬레틱은 명장들이 바이에른을 거부하는 이유를 우나이 에메리 감독 사례에서 찾았다. 애스턴빌라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으로 만들어낸 에메리 감독도 바이에른의 러브콜을 받았다.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에메리 감독은 일찌감치 바이에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그 이유로 바이에른 일부 임원들이 자신의 견해와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울리 회네스 명예 회장 등은 나겔스만, 투헬 등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여기에 바이에른은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것에 대해 꺼린다.
그럼에도 감독 찾기는 계속됐다. 콤파니 감독이 새롭게 떠올랐다. 21일 독일 스카이스포츠는 '바이에른이 콤파니 감독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2022년부터 번리를 이끈 콤파니 감독은 지난 시즌 승격에 성공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한 시즌만에 19위로 챔피언십에 강등됐다. 콤파니는 맨시티에서 10년이 넘는 동안 뛴 레전드 출신이다. 4번의 우승을 이끈 콤파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더레흐트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활약한 뒤 번리에서 포텐을 터뜨린 콤파니는 일단 번리와 2028년까지 계약이 남아 있다. 번리 역시 콤파니와 동행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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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에서 함께 한 적이 있는 데니스 아오고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함부르크에서 함께 할 당시 그는 어렸지만 매우 영리한 최고의 축구 선수였다. 그때에도 나는 그가 훌륭한 지도자 경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의 바이에른행을 100% 확신한다"고 했다. 이미 일찌감치 콤파니 측과 바이에른이 구두 합의를 마쳤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바이에른은 장기계약을 제시하며 콤파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빌트는 '바이에른이 장기계약을 보장했다. 콤파니는 바이에른에서 2027년까지 지휘봉을 잡게 될 것이다. 이미 콤파니는 막스 에베를 단장 등과 개인적으로 만났다'고 했다.
콤파니 감독의 바이에른 부임이 사실상 오피셜 단계로 ㅈ버어들며 '괴물' 김민재와의 호흡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시즌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끌며 이탈리아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상을 받은 김민재는 맨유, 첼시, 맨시티, 토트넘, 레알 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등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바이에른행을 택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가 결정적이었다. 바이에른은 마타이스 더 리흐트와 김민재, 우파메카노라는 월클급 센터백 라인을 구축했다. 셋 다 엄청난 몸값과 커리어를 자랑하는 최상급 센터백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삐걱거렸다. 전반기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으로 쓰러졌다. 김민재가 홀로 수비진을 이끌어야 했다. 혹사 논란이 나올 정도였다. 군사 훈련의 여파에도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고 바이에른의 중앙을 지켰다. 다만 지난 시즌만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독일 언론은 김민재가 조금만이라도 부진하면 낮은 평점을 주며 물어 뜯었다. 하지만 후스코어드닷컴 등 통계 사이트에서는 전반기 분데스리가 최고의 수비수로 김민재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올렸다. 분데스리가 팬 선정 전반기 베스트11도 김민재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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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었다. 더 리흐트의 부상으로 다이어와 짝을 이룬 김민재는 2실점에 모두 관여하며 도마위에 올랐다. 평점을 받지도 못했을 정도로, 혹평을 받았다. 치명적인 실수기는 하나, 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더 아쉬운 경기였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너무 공격적인 수비를 했다"며 감싸기는 커녕 비난으로 일관했다. 독일 언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고, 2차전 후반 교체투입 후에도 비판은 계속됐다.
김민재는 막판 부진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수비수로서 나는 항상 확신을 가지고 뛰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 자신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확신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동안 주저한 순간이 많았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술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내가 감독님의 요구사항을 더 충족시켰어야 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경기장 위에서 내가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 내가 실수를 하거나 잘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김민재는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치른 경기에서 과감한 전진보다는 후방을 지키는 수비를 주로 펼쳤다. 볼프스부르크전에서 이같은 플레이로 호평 받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최종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 2011~2012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리그에서 레버쿠젠에 밀려 12연패에 실패했고, 마지막 보루였던 유럽챔피언스리그마저 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라이벌 도르트문트가 결승에 오르며, 바이에른 입장에서는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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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다. 김민재는 이미 세리에A,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단 팀에 남아 주전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그는 "다음 시즌 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T-온라인 역시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과 1년 만의 이별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팀에 남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김민재가 남아 주전 경쟁을 원하고 있는만큼, 콤파니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콤파니 감독이 수비 부터 빌드업을 강조하는 스타일인만큼, 김민재는 적지 않은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수비를 강조했던 투헬 감독과 달리, 콤파니 감독은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는 것도 호재다. 일단 바이에른 수비진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모르지만, 현대적인 콤파니 감독의 가세는 실보다는 득이 많을 수 있다는게 현지의 분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