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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황선홍호가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서 후반 30분 터진 김민우(뒤셀도르프)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 승리했다. 황 감독은 이날 로테이션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베스트11 중 8명이 첫 선발이었고, 그 중 3명은 이번 대회 첫 출전이었다. 체력을 아끼며 8강전을 대비한 동시에 결과까지 챙겼다. 황 감독은 2년 전 같은 대회 8강서 일본에 당한 0대3 대패를 설욕하며, 조 1위를 차지했다. 판정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개최국 카타르를 피한 한국은 26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조 2위 인도네시아와 8강전을 치른다. 한-일전 승리로 최상의 팀 분위기를 만든 것은 덤이었다.
이후 복잡한 것을 내려놓고, 명확한 콘셉트에 맞춰 움직였다. 대표팀의 특성을 적극 고려한 선택이었다. 필요하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2023년 중국과의 원정 평가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부상자가 속출하며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황 감독은 얻은게 더 많은 평가전이었다며 결과를 자신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7전 전승 우승으로 증명해보였다.
황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빠른 공수 전환을 축으로, 매경기 다양한 조합으로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켰고, 까다로운 '홈팀' 중국을 비롯해 우즈벡, 일본을 잡아내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렇다할 위기 한번 자초하지 않고, 일궈낸 '퍼펙트 금메달'이었다.
황 감독의 리더십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더욱 원숙해지고 있다. 시작부터 위기였다. 황 감독은 고영준(파르티잔) 권혁규(세인트미렌) 조위제(부산)를 척추라인으로 삼았다. 하지만 차출 불가와 부상을 이유로 한명도 데려가지 못했다. 2024년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배준호(스토크시티)-양현준(셀틱) 양 날개를 활용한 공격전술의 힘을 확인했지만, 역시 차출 불가로 함께 하지 못했다.
'차포에 마상까지' 떼고, 파리올림픽 티켓 사냥에 나섰지만 변명은 없었다. 황 감독은 새롭게 팀을 짰다. 결과에 집중했다. 불안한 경기력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을 연파하며 8강행을 확정지었다. 운명의 한-일전, 황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한-일전보다 중요한 것은 8강전이었다. 이번 대회는 3위까지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황 감독은 변준수(광주) 서명관(부천) 두 주전 센터백이 모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 8강전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로테이션 카드를 꺼냈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에게는 올림픽 티켓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고 한-일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갖고 있는 자원을 중심으로 일본을 잡을 수 있는 최상의 수를 꺼냈다. 스리백을 앞세운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을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섰다. 일본은 한국의 단단한 수비에 막혀, 볼을 점유했을 뿐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황 감독은 체력 비축이라는 핵심 명제에 맞춰 교체 카드를 단행했고, 동시에 선수들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한국은 원하는 모든 결과를 얻으며 파리올림픽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3전승, 무실점, 조 1위, 여기에 로테이션을 통한 한-일전 승리까지, 진화하는 황 감독의 경험이 만들어낸 성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