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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전드 반열을 위한 마지막 조건을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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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도움 하나를 추가하며, 9개로 도움 순위 공동 4위에 올랐다. 파스칼 그로스(브라이턴),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올리 왓킨스(애스턴빌라)가 10개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불과 1개차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23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도움왕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역전도 가능하다. 손흥민은 골욕심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타적인 플레이에 능하다. EPL 역사상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석권한 선수는 단 6명 뿐이다. 앤디 콜,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티에리 앙리, 디디에 드록바, 살라, 해리 케인만이 갖고 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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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가지 기록만 세운다면 EPL 레전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영국 전문가들의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첼시 출신' 앤디 타운센드는 최근 영국 토크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전드는 아니다"고 했다. 타운센드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우샘프턴, 노리치 시티, 첼시 등에서 뛰었다. 은퇴 후에는 축구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타운센드는 이어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이고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레전드라는 단어는 올바른 맥락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누군가 이전에 나의 대본에 손흥민이 EPL 레전드라는 내용을 넣었는데 그건 옳지 않다. 내 생각에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훌륭한 선수이지만 EPL 레전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현역 EPL 최고 선수 중 하나다. 손흥민은 2015년 여름 당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3000만유로에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청년은 '토트넘의 얼굴'이 됐다. 첫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 다소 부침이 있었던 손흥민은 다음해인 2016~2017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라인을 구축한 손흥민은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을 앞세워 토트넘 공격의 한축을 담당했다. 2016~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992년 EPL 출범 후 7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단 11명에 불과하다. 마이클 오언, 웨인 루니, 프랭크 램파드, 세르히오 아게로, 티에리 앙리 등과 같은 레전드만 갖고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역사까지 썼다.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이영표 전 강원 대표가 "인류가 달에 발을 들였던 것처럼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했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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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활약 속 토트넘은 중소 클럽에서 벗어나 빅클럽 반열에 올랐다. 토트넘은 2016~2017시즌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8~2019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토트넘은 이제 EPL에서도 꾸준히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의 구단으로 성장했다.
8년 후, 손흥민은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토트넘의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요리스, 케인이 떠나며 공석이 된 토트넘 주장직에 손흥민이 임명됐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새로운 부주장이 됐다. 손흥민은 역대 두번째 한국인 EPL 주장이 됐다. 손흥민에 앞서 EPL에서 가장 먼저 정식 주장으로 임명된 한국인은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다. 박 디렉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이적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2012~2013시즌 공식적으로 주장직을 맡았다. 그 이후 11년만에 코리안 캡틴이 탄생했다.
손흥민은 "이 거대한 팀의 주장이 되어 정말 영광이다. 큰 놀라움이고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나는 이미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과 밖 어디에서든 스스로가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라고 주장이 된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겨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탁월한 리더십과 놀라운 결정력을 앞세워 팀의 상승세에 일조하고 있다.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지난해 9월 이달의 선수상도 차지했다. 손흥민은 이후 2017년 4월과 2020년 10월에도 수상에 성공한데 이어 약 35개월 만에 4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통산 4회 수상으로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프랭크 램파드 등과 함께 수상 횟수 동률을 이뤘으며, 손흥민보다 이달의 선수상을 더 많이 수상한 선수는 이제 단 6명(세르히오 아구에로, 해리 케인, 스티븐 제라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로빈 판페르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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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특별 영상을 제작해 손흥민의 업적을 기념했다. 구단은 손흥민이 400경기를 치르면서 달성한 기념비적인 장면을 모은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에서 고안해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듯 특별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데뷔골이었던 2015년 유로파리그 카라바흐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첫 골, 푸스카스상을 받았던 번리전 득점, 아시아 선수 최초 골든부트 수상 등이 담겼다. 한글로 '사백'이라고 적는 세심함까지 더했다.
앞으로 손흥민은 계속 역사를 바꿀 공산이 크다. 21세기에 400경기 이상 뛴 선수는 위고 요리스(447경기)와 해리 케인(435경기) 뿐이다. 두 선수 모두 토트넘을 떠났다. 손흥민은 올 여름 토트넘과 계약을 연장할 것이 유력한만큼,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로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 여기에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루턴타운전에서 토트넘 통산 160번째 골을 기록,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바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에 이어 토트넘 역대 득점 5위에 올랐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머지않아 치버스의 기록을 넘을 수 있다.
손흥민은 이제 월드클래스에서 레전드 반열로 향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기록은 이를 공인하는 마지막 방점일찌도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