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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윤진만·김가을 기자] 7일 오후 5시40분. 인천국제공항 입국 게이트 문이 열렸다. "와아~~~". 공항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데시벨 높은 환호성 쏟아졌다. 공항 측 추산 입국 게이트 앞에 운집한 1000여명의 팬들은 줄지어 나오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와 유니폼도 눈에 띄었다. 벤투호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지분'이 역시 가장 높았지만, '짱규성' '이강인 바보'와 같이 이번 월드컵에서 깜짝 활약한 공격수 조규성(전북)과 미드필더 이강인(마요르카)의 이름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응원 문구도 등장한 것을 보며, 월드컵을 통해 팬심이 어디로 움직였는지가 느껴졌다.
오후 2시30분 도착해 3시간 가까이 선수단을 기다린 손흥민 팬 박예은씨(19)는 "브라질 경기를 광화문에서 거리 응원하며 지켜봤다. (오늘 공항에 나온 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보고 싶어서다. 손흥민 선수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자랑스럽다. 스무살에 우리가 16강에 가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
입국장을 나온 선수들은 장거리 이동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후반 추가시간에 '16강 확정골'을 터뜨린 '황소' 황희찬(울버햄턴)은 "내 골로 우리가 16강에 갈 수 있어서 기뻤다. 곧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지금은 좋은 결과를 즐기고 싶다"며 웃었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오른 건 이번이 3번째다. 어려운 조에 속했음에도 조별리그를 잘 치렀다. 우리가 어떤 팀인지를 보여줬다. (우리의 축구는) 한국 축구를 존중하지만, 이전에는 많이 하지 않았던 스타일이다. 선수들이 우리의 목표를 잘 따라와줬다"고 선수들에게 16강 진출의 공을 돌렸다.
안와 골절상 여파로 안면마스크를 쓰고 4경기에 모두 출전한 손흥민도 "3~4주 전으로 돌아가서 '풀타임 뛸 수 있을지' 물어본다면 대답은 아마 '안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나올 것 같다"며 "4주 지나고 나서 월드컵 16강을 뛰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가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큰 힘은 정말 모든 사람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16강이라는 업적은 어떤 팀들도 다 이루기 위해 그룹 스테이지(조별리그)부터 노력한다. 우리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노력해서 성과를 얻어냈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덕분에 우리가 16강이라는 업적을 세운 것 같다"고 늦은 새벽까지 대표팀을 응원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의 키워드는 '원팀' '믿음'이었다. 선수와 선수간 믿음, 코치진과 선수의 믿음으로 16강의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손흥민은 "우리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했고, 황희찬은 "선수, 코칭스탭, 지원스탭들의 믿음이 컸다. 여태까지 해오던대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히트상품' 조규성(전북)은 "선수들이 추가 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준 덕분에 원팀으로 16강까지 갔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귀국 행사에 맞춰 준비한 플래카드에는 '뜨겁게 하나 된 대한민국, 잊지 않고 다시 뛰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대표팀은 16강의 영광을 뒤로 하고 4년 뒤에 열리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봤다. 지난 4년 4개월간 팀을 이끈 벤투 감독이 브라질전을 끝으로 떠나기로 했기 때문에 벤투 이후의 대표팀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며 "대한민국은 내 커리어뿐 아니라 내 인생에도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작별을 고했다. 조규성은 "월드컵 무대를 뛰어보니 또 나가보고 싶다. 앞으로 4년간 더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유럽 무대에 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혀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인천공항=윤진만·김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