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발 '최장수 韓감독'벤투 인터뷰 "사업가 정몽규 회장 축구철학 확고...내게 월드컵 4강X8강 말한적 없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1-27 10:32 | 최종수정 2022-11-27 12:06



부상 투혼을 펼친 손흥민과 진한 포옹을 나누고 있는 벤투 감독.

베트남 매체 '봉다'가 26일(한국시각) 카타르월드컵 한국-가나전을 앞두고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장문의 인터뷰를 실었다.

카타르 출신 탄투이 기자는 '조용하고 과묵하지만 위험천만한 외모, 이것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의 첫 이미지였다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옛스승인 벤투 감독은 한국에서의 4년 생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견해, 호날두와 함께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일했던 추억에 대해이야기했다'며 인터뷰를 공개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공식 기자회견 외에 국내 기자들과의 인터뷰나 소통이 거의 없었던 벤투 감독의 속 깊은 이야기를 에둘러 전해 들을 수 있는 외신 인터뷰였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3일 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출국한다. 벤투 감독과 선수단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1.13/
낯선 땅 한국에서 최장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4년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벤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KFA)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여기 오기로 결정했을 때 KFA는 전문가가 적었지만 엄청난 양의 일을 처리해야 했다. KFA 직원들을 방문하고 알아가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KFA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인적 자원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대표팀 감독이 돼 가장 먼저 한 일은 KFA 사무국 직원 강화를 제안한 것이었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정몽규 KFA 회장이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추가해야 할 직책을 자세히 물어본 뒤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보내 필요한 인력을 물색하도록 했다. 첫 날, '여기서 평생 일할 수 있겠다'는 걸 봤다"고 설명했다.


김보찬(크리스김) 전력분석관
구체적으로 추가한 직위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다. "사무실은 12명이 있었고, 그 중 5명은 국가대표팀 방에서 근무했다. 저는 KFA가 언론 활동에 도움이 될 광범위한 인맥을 가진 경험 많은 기자를 모집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기자와 언론인을 경계하는 것 같지만 협회와 팀을 위해 KFA가 좋고 긍정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신문들은 축구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박지성 국가대표팀 홍보대사에게 "유럽은 이 일을 이미 10년 동안 하고 있다. 언론에 문을 닫는 것은 국가대표팀에 해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기술 분석 및 모니터링 부서를 설치하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한국대표팀을 위해 축구를 기술화, 과학화하고 싶다는 의지로 크리스 김(김보찬 전력분석관)을 코칭스태프에 임명했다. 크리스 김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서울대 출신으로 카디프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공부했고, 웨일스축구협회서 인턴십을 하고, 스완지시티 아카데미에서 일했다. 한국에서 경기분석에 영상을 도입한 선구자지만 파주 NFC에서 젊은 코치들을 혼자 지원하며 맴돌고 있었다. 재능낭비였다. 이후 그는 전력분석 전문가로서 우리 대표팀 코치들에게 데이터와 모델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게 됐다."(김보찬 전력분석관은 2017년부터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U-23대표팀, U-23챔피언십, 여자축구 A대표팀, U-15 청소년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일했다.)



한국 감독으로 일하면서 KFA로부터 받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KFA 리더들은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특히 정몽규 회장이 그렇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의 실제적인 힘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이 내게 요구한 것은 심플하고 명료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출전권을 따는 것, 동아시아컵에서의 긍정적인 결과를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월드컵에서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면서 정몽규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정 회장은 사업가다 보니 문제에 제대로 접근했다. 그가 나를 저녁 식사에 처음 초대했을 때 그는 한국의 현대중공업 연례 파티에 나를 데려갔다. 그곳에서 정 회장은 현대그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첫 번째 자동차를 내놓는 데 14년이 걸렸고, 수출 프로젝트가 승인된 후 유럽 시장이 첫 번째 선박을 받아들이는 데 17년이 걸렸다. 정 회장은 '우리는 큰 운동장에 나가야 하고, 큰 운동장에서 받아들여져야 하고, 친근한 손님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고 내 생각도 같았다."


벤투 감독은 "정 회장에 따르면 축구도 같은 논리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에서의 성과만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한국은 유럽과 남미에 비해 아직 너무 작다. 대한축구협회는 '꾸준히 월드컵에 출전해 지역 내 위상을 유지하고 명확한 철학을 세우고 축구 자원을 키워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KFA 리더들로부터 '파울로 벤투가 한국을 월드컵 4강이나 8강에 올려놔야 한다'는 식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나는 싸우기 위해, 이기기 위해 이곳 카타르에 왔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만약 있다면)는 이런 이데올로기에 따라오는 아주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환상도, 판타지도, 꿈도 없다. 내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으며 KFA는 축구의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지난 4년 동안 나를 지원해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에서 지도해온 손흥민, 호날두 등 '슈퍼스타'들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손흥민과 같은 유럽 축구스타와 인연을 맺으면서 관리하는 데 힘든 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벤투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의 이점은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선수가 특히 국가대표팀에 봉사하기 위해 돌아올 때는 항상 팀과 연결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물론 내가 포르투갈 감독 시절(2010~2014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모두 호감 가고 사교적이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돌아봤다. "클럽팀에선 슈퍼스타지만 국가대표팀에 오면 그저 평범한 사람, 한 선수,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한 시민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논란의 아이콘이 된 '슈퍼스타' 호날두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호날두가 정말 이기적이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선수냐"라는 질문에 그는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호날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호날두가 야망 있는 선수란 것을 인정하고 때로는 그 야망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호날두는 팀 동료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감독 시절 직접 본 호날두 에피소드, 하나를 털어놨다. "EURO 2012 때 저를 힘들게 만든 상황이 하나 있었다. 우리 장비 직원 중 한 명이 가족 문제가 생겼고 폴란드에서 단 3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포르투갈협회에서 지원 인력을 보내는 데 이틀이 걸렸고, 선수들이 번갈아 도구 운반, 장비 쌓기 등 일일 훈련 세션에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자원하지 않았다. 제비뽑기를 했고 롤란도와 코엔트랑이 뽑혔는데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피곤한 한해를 보냈고, 국가대표팀 내 평등과 공정성을 요구했다. 마침내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호날두가 일어나 말했다. '내가 할게. 내가 일찍 일어날게, 그럼 됐지?'"

그는 최근 폭탄 인터뷰 후 이미지가 급추락, 맨유와의 계약해지까지 이른 호날두의 행동에 대해 "나를 믿어라. 호날두를 어리석지 않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이해할 만큼 똑똑한 선수"라고 답했다. "고용주인 맨유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호날두는 단 한 번의 중계화면 시간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이미지를 교환하지는 않는다. 잘 모르겠고 물어볼 생각도 없지만, 호날두가 강력하게 반응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내가 호날두라도 그의 상황과 입장에서 똑같이 반응했을 것이다. 지난해 MU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호날두가 팀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거기서 얼마나 결정적이 골을 많이 넣었나. 나는 당신도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진 않겠다. 이 경우 집단과 개인은 동등한 입장에 서야 한다. 우리는 호날두에게 공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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