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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아르헨티나의 리빙 레전드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27일 멕시코전에서 넣은 득점 장면에서 묘한 기시감이 든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아이슬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1로 비기고 2차전에서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에 0대3 참패를 당하며 조별리그 '광탈' 위기에 내몰렸다.
2경기에서 승점을 단 1점만 따내며 최하위로 처진 아르헨티나는 최종전에서 어떻게든 나이지리아를 꺾고 승점 동률인 3위 아이슬란드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비기거나 패하길 바라야 했다.
기선을 제압한 아르헨티나는 후반 초반 상대에게 페널티로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41분 마르코스 로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같은 날 아이슬란드가 패하면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첫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획득했다.
메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를 '강제로' 16강으로 끌고 갔다.
보스니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을 쏘며 2대1로 승리하며 대회를 기분좋게 출발했다.
2차전 상대인 이란은 만만치 않았다. 10명이 모두 수비하는 '질식수비'로 메시 중심의 아르헨티나 공격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메시가 끝끝내 차이를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선제결승골을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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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여겨졌다. 대회 전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할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하지만 C조 1차전에서 FIFA 랭킹 5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2 충격패하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 2차전 상대가 까다로운 북중미 강호 멕시코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가 조기 탈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메시가 또다시 등장했다. 메시는 0-0 팽팽하던 후반 19분 '절친' 앙헬 디 마리아의 패스를 건네받아 아크 정면에서 골문 우측 하단을 찌르는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갈랐다.
득점 순간 벤치에 앉은 파블로 아이마르 코치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날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받은 중압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루사일 스타디움에는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전 이후 가장 많은 8만8966명의 관중이 메시의 골을 지켜봤다.
후반 42분 메시의 어시스트를 받은 엔조 페르난데스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했다. 구사일생한 아르헨티나는 같은 날 사우디가 폴란드에 패하면서 조 최하위에서 16강 진출권인 2위로 점프했다. 12월 1일 폴란드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16강에 오른다.
사우디전에서 유일한 골을 터뜨린 메시는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페이스와 비슷하다. 당시 메시는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 총 4골을 넣었다.
메시는 이날 개인통산 월드컵 21번째 경기에서 8호골을 넣었다. '대선배' 디에고 마라도나와 경기수, 득점수에서 동률을 이뤘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메시, 마라도나보다 월드컵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건 가브리엘 바티스투타(10골)뿐이다.
메시는 경기 후 "오늘 우리는 이겨야 했고, 결국 해냈다. 오는 수요일, 또 다른 결승전(폴란드전)이 다가온다.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바모스(화이팅) 아르헨티나!"라고 외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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