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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사' 신진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경력 첫 리·베 도전![인터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9-21 13:18 | 최종수정 2022-09-22 06:4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포항 스틸러스의 베테랑 미드필더 신진호는 지난 7일, 35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아무리 선수들의 은퇴시기가 늦춰졌다고 해도 서른다섯은 분명 적지 않은 나이. 그런데 많은 활동량을 요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출전시간(28경기, 2578분)을 소화하며 전체 도움 3위(10개)까지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비결이 뭘까.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지난 1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3라운드를 끝마치고 만난 신진호는 '버틴다'는 표현부터 고치길 바랐다. "여름엔 날이 더워서 간혹 피곤할 때가 있긴 했지만, 일정이 빡빡하다고 해서 부담스럽진 않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선 지난해보단 오히려 올시즌이 경기수도 적다. 관리하면서 충분히 뛸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나는 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여전히 축구가 재밌고, 좋다"라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진호는 지난 11일 울산전부터 수원전(14일)을 거쳐 성남전까지 일주일 간격으로 3연속 원정경기를 치렀다. 해당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소화하는 강철체력을 뽐냈다. 신진호는 과거 김기동 포항 감독에게 '자기를 막 써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김 감독은 제자의 요구사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부상이 없는 한 무조건 선발, 무조건 풀타임이다.

신진호의 이런 나이를 잊은 활약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에 있다. 신진호를 아는 관계자, 동료들은 하나같이 신진호의 자기관리 습관에 혀를 내두른다. 신진호는 이에 대해 "온종일, 과하게 몸 관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선수가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안 하려고 한다. 그게 관리라면 관리인 것 같다. 쉴 때 운동하는 것도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유혹을 뿌리치는 멘털이 자기관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신진호는 그래서인지 아직도 팔팔하던 이십대처럼 날렵한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남부럽지 않은 체력에 경험이 더해져 지금의 '축구도사' 타이틀을 얻었다. 올시즌 신진호는 경기장 곳곳을 찌르는 정확한 패스로 '축구를 마스터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경기 후 곽광선의 자책골로 정정됐지만, 이날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골을 만든 건 신진호의 날카로운 크로스였다. 경력 최초로 두 자릿수 도움을 올린 신진호는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 경기 흐름이 어릴 때에 비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29라운드 전북전에선 날카로운 프리킥에 이어 환상적인 뒤꿈치 컨트롤로 상대 수비진을 일거에 허무는 '묘기'를 선보였다. 신진호는 "원래 가지고 있던 기술이다. 전에도 간간이 선보였는데, 요즘 더 부각되는 것 같다. 팬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는 건 선수로서 즐거운 일이다. 후배들은 '형, 서커스 연습하냐'고 한다. 그렇다고 꼭 그런 기술을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다. 경기 템포, 상황에 맞게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기술이 나온다. 여건이 된다면 한 번씩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몇가지 기술을 더 보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진호는 2011년 포항에서 프로 데뷔해 서울, 상주(현 김천), 울산을 거쳐 2021년부터 다시 포항에서 뛰고 있다. 동 포지션 최고 레벨의 선수로 늘 여겨져왔다. 흔히 말하는 '탑티어'.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10년간의 K리그 경력에서 단 한 번도 리그 베스트에 뽑힌 적이 없다. 신진호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본 적도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시즌 미드필더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임상협(포항), 바코(울산), 세징야(대구), 이동준(당시 울산)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포항의 성적(현재 3위)까지 따라주고 있는 올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리베'(리그 베스트)에 가까이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는 직접적으로 욕심을 드러내진 않았다. "남은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좋은 모습 보이겠다. 김기동 감독님이 울산과 전북을 상대로 모두 이기겠다고 말씀하셨다면,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로 대신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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