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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혼날만했다."
대구FC 선수들이 제대로 '각성모드'를 발동했다. '맏형' 이근호(37)부터 '막내' 황재원(20)까지 한 입 모아 굳은 각오를 다졌다.
대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지난 13일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한때 0-2로 밀리던 경기를 2대2 무승부로 만들어냈다. 18일 홈에서 열린 FC서울과의 대결에선 3대0 완승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승점 6점짜리' 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 대구가 선보인 가장 최고의 경기였다.
경기 뒤 이근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팬들의 분노)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좋을 때나, 그렇지 못할 때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다. 다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나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신다. 큰 힘이 된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3분 뒤 쐐기골을 꽂아 넣었다. 그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를 맞고 한 차례 튕겨 나왔다. 하지만 그는 집념으로 득점을 완성했다.
'결승골 사나이' 고재현(23)도 팬들에게 반전을 약속했다. 그는 "팬들께서 화를 내시는 것이 이해가 됐다.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믿고 계시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죄송했다. 정말 그냥 운동장에서 우리가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팬 항의 이후)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우리 자신이 아닌 가족과 팬들을 위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내 황재원(20)도 "(팬들께) 혼날만했다. 우리끼리 무너지면 안 된다고 '으X으X' 했다"며 다음 경기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대구는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재정비에 나선다. 파이널B 무대로 떨어졌지만, 남은 경기에선 반전을 이루겠단 각오다. 최 감독대행은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