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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이영표 KFA 부회장 "아시안컵 유치는 단순 스포츠 이벤트 아닌 국민 대통합"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09-06 13:25 | 최종수정 2022-09-07 06:10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한민국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축구스타 이영표(45)는 여전히 '멀티플레이어'다. 현역 시절 전-후방을 휘젓는 다재다능한 수비수였던 그는 은퇴한 뒤에도 만능의 길을 걸어왔다. 유명 축구해설위원을 거쳐 현재 K리그 구단 CEO(강원FC 대표이사)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특히 강원FC에서는 도민구단의 핸디캡 속에서 강등 위기를 딛고 상위 스플릿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 능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이번에는 축구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2023년 아시안컵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최근 아시안컵 유치 알림대사로 선임된 이영표 부회장은 앞으로 꾸려질 아시안컵 유치위원회의 유치위원으로도 참여해 또다른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할 예정이다. 축구경기를 알차게 들려주는 해설가에서 아시안컵 유치의 당위성을 전파하는 해설가로 말이다.

2일 스포츠조선과 단독으로 만난 이 부회장은 아시안컵 유치가 단순한 스포츠 빅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모두 경험했다. 남의 차 위에 올라가서 응원을 해도 웃어넘기기도 했다. 이처럼 상대가 누구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서 모두가 포용하고 통합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갈등이 심했는데도 월드컵을 통해 하나로 뭉쳤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아시안컵도 2002년의 국민 대통합을 재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어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아시안컵 유치 지원을 흔쾌히 지시하신 것도 큰 안목에서 대한민국 통합을 열망하셨기 때문인 것 같다. 대통령께서도 한-일월드컵 당시 사회 분위기를 경험하셨다. 아시안컵같은 빅이벤트가 2002년처럼 다시 열린다면 대한민국을 포용하고 하나 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셨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건 단순히 축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엄청난 이벤트라고 생각하셨기에 정부 차원의 전폭 지원을 지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3 아시안컵 대한민국 유치 알림대사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영표 부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윤석열 대통령과 손흥민 스포츠조선DB

아시안컵 유치 알림대사 발대식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알림대사로서 '명해설'을 쏟아내던 이 부회장은 잠깐 '축구인'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아시안컵은 애증의 대회다. 현역 시절 2000년(레바논), 2004년(중국), 2011년(카타르)에 3차례 참가했다. 1999년 5월 A대표팀에 첫 발탁된 뒤 처음으로 출전했던 큰 대회가 2000년 아시안컵이었다. 그가 출전했을 때 성적은 3위-8강-3위. 당시의 아쉬움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레바논 대회 때도 그렇고…, 2011년에도 경기를 잘 했고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충분히 우승할 능력이 있었지만 정말 안타깝게 패하면서 3위를 했다. 도전하는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은 (우승)할 수 있는 대회인데 그러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이 된다."

이런 '아픔' 때문에 내년 아시안컵을 한국에서 보고 싶은 열망이 더 강하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처음 아시안컵에 출전했을 때 대표팀 막내였다. 당시 나는 그 소중함을 잘 몰랐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한국이 아시아의 챔피언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면서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우승 못하면 실패라는 생각을 갖고 임한다. 우승할 능력과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축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꼭 봤으면 좋겠고, 그 장소가 한국이라면 더 할 나위가 없다. 축구인,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열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회관/ 대한축구협회 이영표 부회장/ 인터뷰/ 사진 곽동혁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데에는 그가 평가하는 한국축구의 위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과거 한국은 승점을 내주는 팀 취급을 받았다. 2002년 4강에 올랐을 때만 해도 '우연일거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2006년(독일월드컵) 우승후보 프랑스와 비겼고, 2010년(남아공월드컵)에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이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대에게 엄청난 강렬함을 안겼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는 세계 최강 독일까지 물리치지 않았나"라며 "이런 과정을 보면 한국은 이제 세계 누구든 이길 수 있는 팀이 됐고, 상대국도 한국을 만나서 정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손흥민 등 유럽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을 보더라도 아시아 선수가 세계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선언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한국축구는 세계축구의 중심으로 더 가까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위상, 훌륭한 축구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치 경쟁국 중 카타르는 '캘린더(각국 축구 일정)' 자체를 또 바꿔야 한다. 즉, 겨울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23년 20세이하 월드컵에 대해서도 벅차다는 우려가 자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안컵까지는 무리라는 여론이 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른바 우리나라에 '승산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축구팬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각자 위치에서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 문제들을 어루만지고 정리하듯이 한 번 탁 쳐서 리셋할 수 있는 것은 2002년의 경험처럼 축구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확인하고 경험한 것이다. 아시안컵이 한국에서 개최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스포츠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사회 곳곳에 엄청난 긍정 에너지를 줄 수 있다. 한 번 만들어 볼 만한 빅이벤트이니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덧붙여 "2002년에도 그랬고…, 축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축구에서 이기고 잘 하면 생갭다 많은 분들이 엄청나게 행복해 하시더라. 그 행복을 함께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저부터 뛰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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