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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KFA만 '배부른 구조', K리그는?…대표선수 소집규정 손 봐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2-07-11 12:41 | 최종수정 2022-07-12 05:3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살얼음판이었다. 대표팀과 프로구단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 축구는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였지만 극과 극의 대립이 이어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이하) 아시안컵은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리지 않은 '규정'에 없는 대회였다. 출발전부터 잡음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회를 앞두고 '규정화'를 시도하다 프로구단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대회 중간에도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일부 구단은 '6월 A매치 기간' 이후 열리는 4강전부터는 차출에 협조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황선홍호는 일본에 0대3으로 완패하며 5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예고된 폭발'을 '참사'로 막은 셈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막장 드라마'를 연출할 뻔 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유럽파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이 아닌 중동파도 소집할 수 없다. 국내파가 주축이 돼야 하는 대회다. 그러나 이 기간 K리그가 열릴 예정이었다. 대표 선수가 많은 구단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구단은 저연령대 선수를 보내자는 안을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했지만 벤투 감독의 '고집'에 길을 잃었다. B구단은 추가 징계를 감수하더라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K리그의 한 감독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직접 '읍소'해 보기도 했지만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 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박경훈 전무가 막후에서 벤투 감독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길이 열렸다. 벤투 감독이 대회 개막 7일전 소집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탈출구가 생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리그1 일정을 대폭 조정하며 파국을 피했다.

그러나 더 이상 '참사'로, '봉합'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대표팀과 K리그의 '해묵은 갈등'은 또 언제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다시 한번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머리를 맞댈 시기가 왔다.

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은 1992년 전문개정됐지만 2005년까지는 유야무야했다. 일례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프로구단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배려'가 있었다. 당시 해외파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표팀은 'FC코리아'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1년 가까이 소집훈련을 했다. 2002년 K리그 개막을 월드컵 후인 7월에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공은 축구협회에 돌아갔다.


쌓였던 불만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인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마침내 폭발했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축구협회는 2005년 연말 프로연맹과 함께 소집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규정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또한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소폭의 규정 개정은 있었지만 큰 틀에선 그 때의 안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토양도 달라졌다. A대표팀의 베스트11도 해외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집 규정은 제자리다.

K리그1의 각 구단은 1년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의 조연에 불과하다. A매치만 '배부른 구조'는 계속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룰을 앞세워 프로연맹의 심판 조직을 흡수했다. 하지만 대표팀 소집규정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글로벌 스탠다드', 즉 FIFA 소집 규정과는 거리가 먼 룰을 앞세운다.

연령대별 대표팀은 차치하고 A대표팀만 놓고 보면 월드컵이 열리는 해 1~2월중 2주간의 보강훈련이 왜 필요한지,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K리그 팀들은 이 시기에 '1년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동계훈련을 펼친다. 대표 선수는 각 팀의 간판이다. 하지만 이들을 빼고하는 훈련은 '앙코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실전용'과 '훈련용'이라는 '동전의 양면'에 K리그 구단들의 불만 또한 팽배하다.

게다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부터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 또한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난다. 4.5장에서도 승승장구했던 한국 축구다. 8.5장은 '무임승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월드컵 가는 길'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A매치와 리그의 대결은 한국 축구만의 고민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끊임없이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리그의 논리도 대등하다. FIFA의 월드컵 격년제 추진이 유럽 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축구협회는 'K리그의 땀'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A대표팀 뿐이 아니다. K리그 산하의 연령대별 팀들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젖줄이다. K리그가 없는 한국 축구는 '속 빈 강정'일 뿐이다.

박경훈 전무는 최근 K리그 대표자회의에서 동아시안컵 대표선수 차출을 유연하게 대처한 데 대해 '감사의 의미'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제대로 된 새로운 상생의 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필요에 따른 축구협회의 협조 요청으로는 곤란하다. A대표팀만이라도 FIFA 규정에 근거한 룰이 명문화 돼야 한다. 그래야 각 프로구단들도 협조의 명분과 함께 숨 쉴 공간이 생긴다. 대표팀과 K리그,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소통을 기대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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