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전이 떠올라, 지칠 때 힘 돼준 서울의 영건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7-03 12:53 | 최종수정 2022-07-04 06:56


강성진 득점 세리머니 장면.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정한민.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3월 19일, FC서울은 코로나19 집단감염에 걸렸지만 경기가 연기되지 않으면서 사실상에 2군에 가까운 스쿼드로 제주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6라운드 홈경기를 치러 1대2로 패했다. 당시 경기를 돌아보면, 서울은 전반 11분과 26분 조나탄 링에게 속수무책으로 연속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후반 44분 교체 투입한 박호민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따라잡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3연패의 결과가 나왔다.

서울은 석 달 반만인 지난 2일, 리그에서 다시 제주를 상대했다. 경기 장소는 상암에서 서귀포로 바뀌었고, 스쿼드 상황은 그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

서울은 팀의 중심축인 수비수 오스마르,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 베테랑 미드필더 고요한, '중원 엔진' 한승규 등을 부상으로 줄줄이 잃었다. 제주와 달리 지난달 29일에는 부산교통공사(3부)와 FA컵 8강전까지 치르고 와 체력적 손실도 컸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2강 체제'에 균열을 깨트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제주를 상대한 서울 명단에는 22세이하 자원이 총 7명(선발 3명)이나 있었다.

초반 경기 내용은 첫 맞대결과 비슷했다. 전반 6분 제르소가 선제골을 갈랐고, 26분 '7부리거 출신' 김범수가 추가골을 넣었다. 공교롭게도 시즌 첫 번째 맞대결과 똑같이 경기 시작 26분만에 2골을 내주며 끌려가는 상황에 놓였다. 공교롭게 서울은 지난 5월 25일 FA컵 16강전에서도 제주를 상대로 전반 24분 선제골을 허용한 바 있다.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26분 이전에 선제 실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최종 결과는 3월 첫 맞대결 때와는 달랐다. 이번 시즌 최고의 추격전을 이끈 건 다름 아닌 22세이하 영건들이었다. 서울은 전반이 끝나기 전 역습 상황에서 2001년생 윙 정한민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감각적인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정한민은 지난달 25일 인천전(1대1 무)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더니 이날 시즌 마수걸이 골까지 쐈다.

후반 더 매섭게 몰아친 안익수호는 19분, 2003년생 막내 강성진이 사실상의 원맨쇼로 제주의 베테랑들을 따돌리고 자신의 주발(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안겼다. 인천전에서 환상적인 크로스로 조영욱의 헤더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강성진 역시 시즌 첫 골이었다. 또 이날 활약으로 지난해 11월 3일 서울이 잔류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광주전을 '강제소환'했다. 당시 강성진은 0-3으로 끌려가다 팀이 2골을 따라붙은 후반 34분 천금같은 동점골로 기적과도 같은 4대3 역전승에 기여한 바 있다. 강성진의 K리그 2골은 이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연출됐다.

서울은 자체 유스인 오산중·고 출신들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키워왔다. 기성용 나상호 조영욱 오스마르, 팔로세비치와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이들이 제주전에선 해결사 노릇까지 했다. 서울은 지난 4월 6일 강원전에서 2골 리드를 따라붙어 2대2 무승부를 거둔 바 있지만, 안익수 감독 부임 이래 단일경기에서 22세이하 선수들이 2골 이상을 기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서울은 경기날인 2일 기준, 22세이하 득점자가 12개팀 중 가장 많은 4명으로 늘었다. 2001년생 듀오 김신진 박호민 포함이다. 제주 원정에선 귀중한 승점 1점과 더불어 밝은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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