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전] 'EPL득점왕 손흥민 보유국'이면 뭐하나, 활용법 놓고 고민하는 벤투 감독. 애처로웠던 손흥민의 고군분투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6-10 21:58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홍민이 프리킥 골을 넣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6.10/

[수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시아 선수로서 사상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30·토트넘)은 정말 혼신을 다해 뛰었다.

최전방에서부터 하프라인까지, 때로는 그보다 더 아래쪽까지 내려와 수비에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애처롭기만 했다.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손흥민이 '손흥민다웠던' 장면은 오직 후반 21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만회골을 터트렸을 때 뿐이었다. 벤투호는 여전히 손흥민이라는 'SS급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를 상대로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전반 초반을 제외하고는 경기 내내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후방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상대 에이스 알미론에게 전반 23분과 후반 5분에 각 1골씩 허용했다. 간신히 손흥민이 후반 21분 박스 정면에서 만든 프리킥 찬스를 환상적인 골로 만들어냈고, 후반 추가시간 정우영의 동점골이 나온 덕분에 패배를 면했다.

어차피 친선경기인 만큼 승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통해 전력을 단단히 만드는 게 평가전의 목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봐도 이날 파라과이전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활용법에 대한 물음표가 커다랗게 붙은 경기였다.

이날 손흥민은 동갑내기 황의조(보르도)와 공격 투톱을 이뤘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과 칠레전, 그리고 파라과이전까지 계속 손흥민을 다른 방식으로 기용했다. 지난 2일 브라질전 때는 4-2-3-1을 가동하며 손흥민을 2선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원톱으로 황의조가 나왔다. 황인범(서울)과 황희찬(울버햄턴)이 손흥민과 나란히 섰다. 한국은 황의조의 골이 터졌지만, 1대5로 크게 졌다. 손흥민의 공격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 6일 칠레전 때는 손흥민의 역할이 바뀌었다. 4-2-3-1에서 원톱 공격수로 나왔다.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줬다. 활발하게 찬스를 제공하면서, 자신도 호시탐탐 골을 노렸다. 결국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 골맛을 봤다. 한국은 2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파라과이전에도 '실험'을 감행했다. 이날은 독특하게 4-1-3-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손흥민을 황의조와 투톱으로 세웠다. 2선 공격수로는 권창훈 황인범 나상호를 배치했다. 월드컵 본선무대를 앞두고 선수들의 개별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팀 전력을 극대화 하는 라인업을 찾아보겠다는 의도는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이 계속되는 위치 변동으로 인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파라과이전에서 손흥민의 활동 범위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넓어졌다. 처음에는 최전방에만 있더니 이내 중앙과 후방까지 넓은 범위를 커버하기 시작했다. 팀의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캡틴'으로서의 책임감을 발휘해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는 내지 못했다. 오히려 몇 차례 부상의 위험을 겪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손흥민 혼자 고립되는 듯한 양상마저 나타났다. 벤투 감독도 후반에 엄원상 조규성 정우영 등을 투입하며 손흥민의 위치를 조정하려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결국 손흥민은 공이 멈춘 상태에서 프리킥 한방으로 자신의 특출함을 보여줬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은 아직까지도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결정하지 못한 듯 하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결정을 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 무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온전한 해법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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