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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희비는 엇갈렸다.
웨일스가 1958년 스웨덴 대회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에 성공했다. 격전지인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은 환희가 넘쳐났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가 미묘했다. 로버트 페이지 웨일스대표팀 감독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일스는 드러내놓고 도발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 발톱을 숨기며 저자세로 결전의 시간을 기다렸다.
결국 승자는 웨일스였다. '전설' 라이언 긱스가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에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월드컵 진출을 2022년에서야 꿈을 이뤘다.
결전이 막을 내린 후 그라운드는 또 다른 '눈물 감동'으로 물결쳤다. 간판인 가레스 베일을 비롯해 웨일스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팬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휘슬을 잡은 스페인 출신의 마테우 라오스 주심은 이례적으로 한 쪽 무릎을 꿇고 실의에 빠진 올렉산드르 진첸코(맨시티)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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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첸코는 "패할 경기는 아니었지만 이것이 축구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며 "축구 선수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조국을 대표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야 하고 전쟁은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 오늘은 우크라이나이지만 내일은 누가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렉산드르 페트라코우 감독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대표팀의 노력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득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것이 스포츠다"라고 말했다.
페트라코우는 기자회견장을 떠나기 위해 일어서자 웨일스를 비롯한 취재진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웨일스에 매우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웨일스는 이날 100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무료로 초청하기도 했다.
축구만이 할 수 있는 '그라운드의 전쟁'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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