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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하는 공격축구가 아니다, '진짜 공격의 팀' 수원FC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4-11 11:39 | 최종수정 2022-04-12 05:45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3일이었다.

성남FC와의 7라운드(3대4 수원FC 패)를 마치고 김도균 수원FC 감독과 통화를 했다. 비길수도 있었던 경기, 아쉬움이 클 법했지만 김 감독의 목소리는 나쁘지 않았다. 이내 속내를 털어놨다. "후회는 없다. 승점 1이라도 얻기 위해 잠글수도 있지만, 팬들은 한골이라도 더 터지는걸 원한다. 승리로 이어지는 마지막 골이 우리 득점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보는 입장에서 재밌는 경기였다. 우리는 이런 경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한명이라도 더 팬이 찾아오고, 더 관심을 가져줄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 감독은 '공격축구의 신봉자'다. 한 골을 막는 것 보다 두 골을 넣는데 초점을 맞추는 축구다. 최근 수원FC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내로라 하는 팀들을 제치고 13골로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공격진이 본 궤도에 오른 4경기에서 무려 10골을 넣었다. 그래서 실점도 많다. 대구전 4대3 승리, 성남전 3대4 패, 10일 김천전 3대2 승리까지, 말 그대로 난타전이 이어졌다.

물론 수원FC의 수비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최다실점을 기록한데 이어, 올 시즌에도 최다 실점 2위를 기록 중이다. 중요하게 볼 것은 경기운영이다. 수원FC는 리드를 하는 경기에서도 수비 숫자를 늘리는 대신, 공격 숫자를 유지한다. 어떨때는 늘리는 경우도 있다. 지키는 대신 마지막까지 득점을 노린다. 보는 입장에서는 즐거울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피가 마른다.

사실 성적을 생각하면 공격축구를 고수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계에 유명한 격언이 있다. '공격이 강한 팀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수비가 강한 팀은 감독을 즐겁게 한다.' 수비가 강해야 성적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매 시즌을 앞두고 모든 감독들이 으레 "올 시즌에는 팬들이 즐거워 할만한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승점 1을 위해 발을 뒤로 빼곤한다. 감독직이 '파리 목숨'에 비유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아마추어 지도자부터 프런트까지, 10년 넘게 야인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한발 물러나 K리그를 보며 세운 원칙이었다. 그는 2020년 수원FC 지휘봉을 잡으며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봐도 K리그 경기 재미없을때가 있다. 팬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공격할때다. 우리팀이 밀어붙이고, 득점을 하면 팬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성적도 좋지만, 그래야 모두가 산다." 그는 자신의 말을 지키고 있다. 부임 첫 해 K리그2에서 최다 득점(53골)과 함께 승격을 이끌어냈고, 두번째 해였던 지난해에는 최다 득점 3위(53골)와 창단 첫 파이널A행을 달성했다. 올해도 강력한 공격축구 속 순항하고 있다.

수원FC가 잠그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라스, 무릴로, 김 현 등이 줄부상으로 쓰러진 후 치른 4, 5라운드에서 어쩔 수 없이 '10백' 축구를 펼쳤다. 두 경기에서 승점 4를 수확했다. 결과에도 김 감독은 "이런 식으로 축구해야겠나"라며 안타까워 했고, 주축들이 조금씩 돌아오자, 곧바로 공격축구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 감독식 공격축구의 기본은 '선수 중심'이다.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게 해준다. '코리안 메시' 이승우는 김 감독의 지도 속 부활을 시작했다. 라스도, 무릴로도 그렇게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탈바꿈했다.

수원FC가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수비가 더 좋아져야 한다. 김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전형이나 전술을 바꿀 생각은 없다. 지금처럼 팬들이 즐거운 축구를 하는 것, 그러기 위해 더 많은 골을 넣는 것, 지금 김 감독의 머릿 속에는 이게 우선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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