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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결승전 뛴 K3 선수의 성공 신화, 포항 박승욱 스토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2-09 16:14 | 최종수정 2022-02-10 06:03


 사진=김 용 기자

[제주=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뛴다는 것, 상상도 못하던 일이죠."

포항 스틸러스 박승욱은 지난해 혜성 처럼 등장해 팀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지난해 그는 K3리그 부산교통공사 소속 선수였다. 그런데 후반기를 앞둔 7월, 갑작스럽게 포항의 연락을 받았다. 연습 경기 등을 통해서 박승욱의 플레이를 눈여겨보던 김기동 감독이 과감하게 그의 영입을 추진한 것이다.

부산교통공사에서는 센터백으로 뛰었다. 원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그런데 김 감독은 박승욱에게 우측 풀백 자리를 맡겼다. 실수가 적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하는 박승욱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였다.

그렇게 포항 유니폼을 입자마자 박승욱은 주전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ACL 결승전도 뛰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뤄진 '인생 역전'이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박승욱은 진정한 K리그1(1부) 선수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K리그1 팀의 체계적인 훈련에 적응중이다. 사실 지난 시즌은 어떻게 지나갔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 없이 보냈다. 박승욱은 "적응이라는 단어를 꺼낼 틈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팀에 녹아드려고 애썼다. 이번 동계 전지훈련에서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도움이 될지 생각하며 운동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무조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K3에서 올라와 생갭다 잘 한다는 칭찬을 해주셨지만, 올해는 적응 등의 핑계를 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승욱은 단숨에 포항의 주축 선수로 성장한 스토리에 대해 "연락도 많이 받고, 기사도 나오고 하니 실감이 났다. 주위 사람들, 특히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시니 나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ACL 결승전을 경험한 것에 대해서도 "내가 그런 무대에서 뛸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나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2022시즌 더 강력한 경쟁이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우측 풀백 자리에는 김용환이 돌아왔다.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 싸움도 치열하다. 박승욱은 "언제 나가떨어질 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우리 팀 뎁스가 좋아졌다. 지난 시즌보다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다. 다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잘 하는 동료들의 장점을 캐치해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김 감독은 박승욱을 중용하려 한다. 이번 시즌에도 센터백, 우측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3개 포지션을 다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승욱은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잘 살려주신다. 내 장점도 캐치를 잘 해주셨다. 나를 뽑은 감독님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박승욱은 더 화려한 무대에서 뛰기를 원하는 하위리그 선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됐다. 박승욱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새 팀을 못찾는 선후배들을 많이 봤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도, 축구를 그만 두더라. 하지만 그 위기를 이겨내면, 좋은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도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이런 놀라온 일이 생겼다. 경험자로서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꿈을 꾸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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