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수원FC로 온 이범영의 간절함 "기회를 받고 싶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2-07 23:34 | 최종수정 2022-02-09 06:00



[제주=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기회를 받고 싶어요."

이범영(33·수원FC)은 한국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이었다. 신갈고를 졸업하고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한 이범영은 데뷔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국가대표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환상적인 세이브를 펼치며, 한국의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고, J리그 후쿠오카 아비스파, 강원FC 등을 거치며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하지만 2019년 찾아온 부상이 모든 것을 바꿨다.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이범영은 동계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2019시즌을 마감했다.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송범근에 밀리며 2020년 12월에서야 전북 데뷔전을 치렀다. 오매불망 출전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았다. 3년간 리그 출전 경기는 단 1경기 뿐이었다. 이범영은 그렇게 잊혀지고 있었다.

전북과 계약이 만료된 이범영의 선택은 '기회'였다. 수원FC가 동계훈련 중인 제주 서귀포에서 만난 이범영은 "기회를 받고 싶었다. 당장 경기에 나가겠다가 아니라 기회를 얻고 싶었다. 전북은 우승 경쟁을 해야하는 팀이라 주전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그때 수원FC가 손을 내밀었고, 여기서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선택을 했다"고 했다.

부상으로 뛰지 못한 3년, 이범영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그 전까지는 아파도 티를 안 냈다. 선수들도 로봇 같다고 할 정도였다. 그 전까지 아파도 참고 했는데, 실제 큰 부상을 당해 보니 이렇게 관리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더 예민해지고, 몸을 더 소중히 다루게 됐다"고 했다. 평생을 넘버1으로 지내다 넘버2로 내려앉은 것에 대한 실망이 있을 법도 했지만, 이범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정)성룡이형한테 밀려 2번이었다. 홍명보 감독님과 청소년, 올림픽, 월드컵을 함께 하며 배운게 희생이었다. 베스트11 뿐만 아니라 백업 선수들의 희생이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난다고 배웠다. 경기에 못 뛰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전북에서 희생이라는 것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승에 조금은 일조한 것 같다"고 웃었다.

공교롭게도 이범영이 수원FC로 이적하며 생긴 전북의 넘버2 자리를 '동생' 이범수가 메우게 됐다. 이범영은 "동생이 신인으로 입단한 팀이 전북이었다. 5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을 안다. 범수도 경남, 강원에서 뛰면서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경험해 본 결과 전북의 넘버2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그런 자리를 동생이 물려받은 것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만, 한번 멋있게 경쟁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제 동생도 그 정도 선수가 됐다"며 응원을 보냈다.

이범영의 2022시즌 목표는 역시 '기회'였다. 그는 "매 시즌 목표를 중요시 여겼다. 올해는 '일단 기회를 받자'라는 생각 뿐이다. 기회를 받는 것 자체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거니까. 기회가 오면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장기인 페널티킥 선방도 다시 한번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범영은 "페널티킥은 여전히 자신있다. 요즘 룰이 바뀌면서 어려워지기도 했는데, 그런 상황이 나오면 잘 막아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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