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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창단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낸 광주FC가 연타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3년간 팀을 한 단계 올려놓은 박진섭 감독이 FC서울로 떠나며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 이에 더해 전현직 직원들의 비위 혐의가 발견돼 구단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전현직 직원들의 비리는, 구단의 근간을 흔드는 차원이라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광주시는 지난 8월 구단 직원 A씨의 고발을 접수해 구단 특정감사에 돌입했다. 약 4개월간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직원의 불법 수당 취득과 기성용(서울)의 부친 기영옥 전 광주 단장(현 부산 아이파크 대표)의 운영비 유용이 적발됐다. 기 전 단장은 운영비 3억3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가 뒤늦게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광주의 대표이사를 맡은 정원주 대표는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기 전 단장이 사퇴한 이후 단장 없이 구단을 운영해온 광주는 순식간에 대표, 단장, 감독이 없는 상태에 놓였다. B사무국장은 현재 비위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구단을 제대로 끌고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프런트 및 선수단과 관련된 업무가 '올 스톱' 됐다. 12월 중순은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구단이 바쁘게 돌아가야 할 시기다. 광주시가 9일 "다음 주중 재창단에 준하는 혁신 방안을 발표하겠다. 역량 있는 대표, 단장, 감독도 조속히 선임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시의 발표가 나기까지 당장 결정해야 할 사안, 예컨대 새로운 감독 선임도 미뤄야 한다.
새 시즌 선수단 구성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거취를 고민 중인 일부 선수들은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는 후문. 광주 선수를 관리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지금 분위기에서 광주 구단을 어떻게 들어가겠으며, 누구와 대화를 하겠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지난 2012년 단장과 감독의 '정치싸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엔 창단한지 얼마 안 된 '신생구단'의 시행착오 쯤으로 여겨졌으나, 이번엔 다르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광주축구전용구장 및 클럽하우스가 생기고 창단 첫 파이널A 그룹 진입의 성과를 냈다. 대구FC를 성공모델 삼아 달려가던 와중에 커다란 장애물과 마주했다. 지금으로선 시의 혁신안에 따라 움직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예산 감축, 선수 대거 이탈과 같은 후폭풍이 불지 않기를, 구단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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