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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천재' 윤빛가람(30·울산)이 카타르 도하 땅에서 기분 좋은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윤빛가람은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각)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C도쿄전에서 눈부신 멀티골로 2대1,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울산 현대가 F조 1위(승점 13)로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1 구단 중 가장 먼저 16강을 확정지었다.
조마조마한 불안감을 시원하게 떨쳐낸 건 '천재 미드필더' 윤빛가람이었다. 전반 44분, 영리하게 얻어낸 프리킥 찬스, 윤빛가람의 오른발이 번쩍 빛났다. 그림같은 궤적으로 골망 구석에 꽂히는 볼은 '그저 빛'이었다. 반박불가 원더골로 1-1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던 후반 40분, 또다시 해결사는 윤빛가람이었다. 원두재가 박스안으로 투입한, 빠른 직선 패스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 수비를 벗겨내며 또다시 골망을 갈랐다. 지난달 21일 상하이 선화전에 이은 두 번째 멀티골, 3-4호골을 한꺼번에 쏘아올리며 총 4골로 ACL 서아시아 포함 득점 2위, 동아시아 득점 1위에 랭크됐다.
윤빛가람은 울산의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캡틴 신진호와 함께 더블 볼란치로 호흡을 맞추며 패스마스터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 퍼스글로리와의 두 번째 맞대결(2대0승) 후 윤빛가람은 평점 8.0점, ACL 라운드 랭킹 톱3에 이름을 올리며 '이주의 선수' 후보에도 올랐다.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주니오(7.9점) 김인성(7.7점)보다 높은 평점을 받았다. 98회의 터치, 85회의 전진패스로 찬스를 창출했고, 무려 94.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2경기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황금의 오른발로 울산의 16강행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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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는 한국 축구에도, 윤빛가람에게도 잊지 못할 '성지'다. 2011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 '난적' 이란과의 8강전(1대0승) 연장 전반 16분 윤빛가람의 짜릿한 중거리포는 지금도 회자되는 '도하의 기적'이다.
9년만에 돌아온 도하의 그라운드, 서른의 윤빛가람이 울산의 중심에서 다시 빛나고 있다. ACL무대는 2012년 성남 일화 시절 이후 8년만이다.
상하이 선화전 첫 멀티골 직후 윤빛가람은 "올해는 특히 아쉬움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이번 ACL에선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리그 준우승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대회를 뛰어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남기고 싶다"고도 했다.
두 번째 멀티골을 기록한 FC도쿄전 직후 득점력 향상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윤빛가람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도 축구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동료 선수들과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재미있게 하려고 하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찬스에서 과감하게 슈팅하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잘 들어맞았다"고 했다.
'축구천재' 윤빛가람은 팀과 함께 더 강해져 돌아왔다. 리그 우승, FA컵 우승을 놓친 후 울산 베테랑들은 오히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축구도사' 이청용, 고명진 등과 축구를 즐기는 가운데 편안한 마음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윤빛가람의 프리킥 한 방은 알고도 못 막는, 자타공인 최강의 공격 옵션이다. 16강 이후에도 100%의 윤빛가람을 보여주는 일이 관건이다.
한편 울산은 3일 오후 7시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상하이 선화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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