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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스트리아발 코로나19 후폭풍이 한국축구를 덮쳤다.
야심차게 출발한 벤투호의 1년만의 원정 A매치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이 났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벤투호는 10월 올림픽대표팀과의 스페셜매치 후 11월 A매치를 기획했다.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K리그가 11월 A매치 이전 끝나기에 가능했다. 한국보다 자가격리 규정이 느슨해 해외파들의 입국도 문제가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 카타르와 경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스트리아 입성 전부터 방역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결국 물이 새고 말았다. 대표팀 내 코로나19 쓰나미가 이어졌다. 13일 조현우(울산) 권창훈(프라이부르크) 황인범(루빈 카잔) 이동준(부산)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4일에는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FC)가 추가 확진됐다. 19명의 선수로 멕시코전을 치렀다. 18일에는 황희찬까지 코로나19의 마수에 걸려 들었다. 카타르와의 경기 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황희찬의 확진 소식은 이전 선수들과는 파장이 다르다. 일찌감치 확진 판정을 받아 경기에서 제외된 6명의 선수들과 달리, 황희찬은 카타르전에 출전했다. 선발로 나서 76분을 소화했다. 전반 초반 득점하며, 손흥민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의조 남태희(알 사드) 등과 얼싸안으며 세리머니까지 했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 내내 신체 접촉을 했다. 비말이나 스킨십을 통한 전파가 우려된다. 일단 다른 선수들은 마지막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2주간의 잠복기가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번 A매치 여파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타르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준비 중인 전북 현대(손준호 이주용)와 FC서울(주세종 윤종규)은 소속 선수들을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고, 국내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전북과 서울은 해당 선수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를 감안, 기존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팀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전북과 서울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해졌다. 이미 리그와 FA컵 우승을 차지한 전북의 경우, 아시아 최초의 트레블(3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축구협회는 코로나19 속 나서는 원정 A매치인 만큼 방역과 예방에 많은 신경을 썼다. 숙소 1인1실에 각방 식사까지 준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만든 프로토콜에 맞춰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왜 유럽에 갔냐'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일본, 카타르 등을 비롯해 아시아 내 국가들도 경기력 유지를 위해 원정 A매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가혹한 비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된 만큼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경우, 후폭풍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사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양성 판정을 받은 권창훈과 황희찬은 소속팀으로 돌아갔고, 조현우 이동준 김문환 황인범 나상호와 스태프는 오스트리아 빈의 숙소에서 격리 중에 있다. 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신속한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띄울 계획이다. 보다 빠른 전세기 이동을 위해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번 A매치에 참가한 선수단 중 '음성 판정'을 받은 구성윤 정태욱(이상 대구FC) 엄원상(광주FC) 이창근 권경원(이상 상주)은 우여곡절 끝에 19일 귀국, 각자의 집에서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다. 이들 모두 향후 3일 이내에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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