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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너무 아파 겁을 많이 먹었었습니다."
대구FC 골키퍼 최영은은 경기가 끝나 뒤 왜 꺼이꺼이 오열을 했을까.
하지만 딱 한 선수가 기뻐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선배들이 다독이느라 바빴다. 이날 경기 선발로 출전해 승리를 지킨 골키퍼 최영은이었다.
승리가 기쁘기는 하지만, 우승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서럽게 울었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
최영은은 후반 25분경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포항 수비수 전민광과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잃어 골반부터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최영은이 매우 괴로워했고 경기가 중단됐다. 트레이너와 동료 선수들이 더 뛸 수 없다는 X자 사인을 벤치에 보냈다. 그라운드에 응급차까지 들어왔다.
추후 확인한 결과 상황이 심각했다. 순간적으로 우측 골반 및 하체 부위에 마비 증상이 와 하체를 움직일 수 없었다. 트레이너의 응급 조치에도 마비 증세가 심해진데다, 몸이 떨리는 증상까지 발생해 쇼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경기를 더 뛰는 건 당연히 무리.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의료진이 긴급 조치를 취하자 마비 증세와 통증이 완화됐다. 선수가 더 뛰겠다는 의지를 보여 경기가 재개?〈?
최영은은 이 상황에 대해 "너무 아파 겁을 많이 먹었다. 골반쪽으로 떨어지며 하체쪽에 큰 무리가 왔다. 마비 증세가 풀리기 전까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정신이 없었고 교체 사인이 들어간지도 몰랐다"고 말하며 "내가 뛰겠다고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니 긴장이 풀리더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동료들이 경기 끝나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괜찮냐고 해주고 격려해주니 눈물이 더 났다"고 했다.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최영은 본인은 순간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휩싸였던 것이다.
선수가 괜찮다고 해도, 이정도 부상이면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 국가대표 골키퍼 구성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 벤치는 끝까지 뛰겠다는 최영은을 믿었다.
대구는 구성윤 영입 후 줄곧 그를 주전으로 썼다. 시즌 초부터 선발로 나섰던 최영은은 졸지에 자리를 잃었다. 그런 가운데 구성윤의 허벅지가 좋지 않아 최영은에게 기회가 왔다. 더군다나 마지막 홈경기. 오랜만에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관중들까지 들어왔다. 최영은 입장에서는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최영은은 "오랜만에 뛰었다. 이 한 경기가 너무 감사했다. 끝까지 싸워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만약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면 모르겠지만, 세징야의 극적인 골로 3대2 신승을 거두자 끝까지 골문을 지킨 최영은의 감정이 더욱 북받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순위 싸움이 끝난 팀간의 경기이기에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경기였지만, 최영은에게는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을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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