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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평소에 그렇게 잘 해주시지…."
그렇지 않아도 시즌 중 감독 사임이 선수들에겐 충격이자 사기 저하 요소인데 구단의 '사후약방문'마저 엇박자를 보이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감독 잃은 선수단을 추스르기 위해 관심을 쏟아붓는 것이지만 되레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26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일어난 '헛발 돈잔치'였다. 당시 서울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수원에 1대3으로 대패하며 5년5개월여 동안 유지하던 무패 행진에 종지부를 찍는 수모를 당했다.
'메리트'라고도 불리는 '베팅'은 흔히 프로스포츠에서 구단이 중요한 경기에 대해 '특별 보너스'를 거는 것으로, 선수들의 사기 진작 수단으로 활용된다. 승리 수당 더 준다는 데 싫어할 선수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서울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방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보통 '베팅'은 주장을 통해 조용히 전달하거나, 경기가 끝난 뒤 '깜짝쇼'처럼 발표해 극적 효과를 노린다는 게 타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무리 프로선수지만 이른바 '돈을 보고 뛴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울은 출정 직전 선수단을 향해 무슨 '대단한 일'을 발표하는 것처럼 베팅을 걸었다가 공감도 얻지 못하고 '생색내기'란 인상만 줬다. 그것도 베팅 총액이 이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 적잖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겐 '솔깃한' 제안이 되지 못했다. "평소에 그렇게 베팅도 걸어주시고, 필요했던 전력 보강도 해주고 그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반응을 보면 이미 실패한 '베팅'이었다. 이른바 '빈정 상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으니 승리할 리 만무했던 셈이다.
그런가 하면 구단 고위층의 구리 챔피언스파크 방문이 전에 없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 역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감독 없이 코치가 이끌고 있는 선수단을 챙기는 열정으로 이해하기에는 '과유불급'이라는 것. 구단의 '높은 분'들이 빤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훈련을 하려니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다. 공부 좀 하겠다고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엄마가 뒤에 앉아 감시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처럼 달라진 서울의 풍경은 입소문을 타고 에이전트, 타 구단 관계자들 사이로 퍼지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관계자들은 "구단의 관심은 환영할 일이지만 선수단-프런트의 고유 영역이 존중돼야 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는 더욱 없어야 한다"면서 "평소에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감독들 줄줄이 떠나고 나서 갑자기 그러면 '열정'이 아니라 '불편', '간섭'으로 느껴질 것이다. 서울 선수들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경기서 최하위 부산 아이파크에 1대2로 패했다. 부산은 승점 24로 '탈꼴찌'와 함께 서울(승점 25)을 바짝 위협했고, 서울은 파이널라운드 2전 전패를 기록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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