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 막은 K리그 응급시스템, 한국영 알고보니 '뇌출혈' 있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8-26 17:01


지난 1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열린 광주FC와의 경기에 출전한 강원 한국영.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나중에 의사 선생님이 큰일 날 뻔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경기 중에 선수들끼리 부딪히고 넘어지는 건 일상다반사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간혹 그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하지만, 보통은 회복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간혹 매우 운이 나쁜 경우가 있다. 선수 생명 뿐만 아니라 자칫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걸 막기 위해 경기장에는 늘 응급 의료진과 구급 차량이 대기한다. 이 시스템이 기민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K리그의 응급 시스템이 큰 불상사를 하나 막아냈다. 일이 벌어졌을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인 줄 몰랐는데, 뒤늦게 알고보니 사태가 꽤 심각했다. 바로 지난 2일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강원과 상주가 맞붙었는데, 강원 미드필더 한국영이 상주 오세훈과 공중볼 경합을 하다 충돌 후 바닥에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히고 의식을 잃은 사건이었다.

이 사고를 지켜본 동료 선수와 심판진, 그리고 현장 응급 의료진의 신속·정확한 대응으로 한국영은 3분여 만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내 정신을 회복했다. 당시 구단은 한국영이 응급차량 안에서 의식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한국영은 이후 정밀 검진을 받았고, 가벼운 뇌진탕 소견을 받고 회복에 매진했다. 2주간 회복의 시간을 보낸 한국영은 16일 광주FC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지난 2일 강릉종합운동장열린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의식을 잃은 한국영이 구급차량에 실려 긴급 이송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여기까지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영으로부터 들은 '후일담'은 애초에 드러난 정황과는 사뭇 달랐다. 빠른 조치가 아니었으면 꽤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였다. 병원 정밀 검진결과 미세하지만 뇌 출혈 정황이 포착됐고, 그로 인해 피도 약간 고여있던 것이다.

한국영은 "의식을 되찾은 건 구급차 안이 아니라 병실에서였다. 이후 검진에서는 큰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와서 휴식과 재활을 한 뒤에 광주전에 나가게 됐는데, 컨디션도 너무 안좋고 어지럼증까지 느껴지더라"면서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검진 받았는데, 처음에는 뇌진탕이 심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의사가 따로 연락해와서 출혈이 약간 있었다고 하더라. 정말 큰일날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만약 강릉에서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병원 이송이 지체되거나 적절한 응급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한국영은 꽤 안좋은 상태가 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광주전 출전도 선수가 요청하긴 했어도 사실 위험한 결정이었다. 한국영은 "그 이후에 더욱 조심스럽게 몸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다시 괜찮아졌는데, 다음 출전은 더 신중하게 논의해서 결정하려고 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현재 한국영은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한다. 새삼 당시 이뤄진 응급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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