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원' 똘똘한 아기호랑이, 김도훈의 울산이 좋은 팀인 이유[애프터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7-30 06:00


울산 현대 설영우 이동경 원두재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청용, 이근호, 윤빛가람, 고명진, 신진호, 정승현, 김기희, 김태환, 홍 철….

K리그1 울산 현대엔 포지션별로 국가대표 에이스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15년만의 우승, 단 하나의 목표로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입을 감행했다. 벤치 멤버만 봐도 소름이 돋는다. "누가 나가도 제 몫을 한다"는 말은 진리다. 13경기에서 단 1패했다. 무려 32골을 넣고, 실점은 단 9골뿐이다.

하지만 올 시즌 김도훈 감독의 울산이 멋진 진짜 이유는 아름다운 신구 조화에 있다. 리그 선두권을 다투는 초호화 군단, 상식적으로 신인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힘들다. 강팀은 곧 '신인들의 무덤'이다. 22세 이하 의무 규정이 있긴 하지만 전반 45분도 끝나기 전 조기 교체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올 시즌 울산의 '똘똘한 영건'들은 다르다. 울산 유스 현대고 출신 이동경(23), 원두재(23), 설영우(22)는 공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이름값에 결코 기죽지 않되, 하나같이 "형들을 믿고 뛴다"고 한다. 매경기 어떤 포지션에서든 최선을 다한다. 몇 분이 됐든 투혼 넘치는 플레이로 기어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패기만만한 '아기호랑이'들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훈훈한 신구 조화는 '리그 선두' 울산의 가장 든든한 힘이다.


룸메이트 울산의 선후배 풀백 김태환과 설영우  사진캡처=울산 현대 TV
설영우(feat. 김태환)

'설스타' 설영우는 올 시즌 22세 이하 쿼터에서 김 감독이 가장 믿고 쓰는 선수다. 좌우 풀백과 윙어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영리한 멀티플레이어다. 상황에 따라 왼쪽 측면에선 대선배 박주호와 함께, '스피드레이서' 김인성과 함께 위아래로 서기도 했다. 지난 26일, 상주 상무전에선 처음으로 오른쪽 풀백 자리에 섰다. 선배 김태환의 붙박이 자리였다. FA컵을 앞두고 가동된 깜짝 로테이션이었음에도 설영우는 안정감 넘치는 플레이로 기대에 부응했다. 사실 울산대 시절 설영우의 원래 포지션이다. 주니오의 역전골을 빚어낸 스루패스, 후반 13분 상대 자책골을 이끈 필사적인 크로스는 발군이었다. 설영우는 "공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제 자리에서 뛰었다. 확실히 다른 자리보다 자신 있었고 심적으로 편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언제든지 뛰어도 자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기회만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뛰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골키퍼로 뛰라고 하면 골키퍼로도 뛰고 다 뛸 수 있다"며 웃었다.

'1998년생 동갑내기'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리버풀)를 좋아해 등번호 66번을 붙였다는 설영우가 가장 따르는 선배는 룸메이트 김태환이다. '투혼 풀백' 김태환은 후배 설영우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불어넣는 존재다.김태환은 최근 울산 구단이 공개한 '프랜즈샵 고깃집 홍보' 영상에서 설영우에게 "너 잘하라고 고기 사주는 거야"라며 다정하게 고기를 구워주는 속정 깊은 '반전 선배'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이동경(feat. 이청용)

'울산 영건' 이동경이 시즌 초 캐나다 밴쿠버의 오퍼를 마다하고, 잔류를 결정한 건 "울산에서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2선 자원이 풍족한 울산에서, '애매한 나이' 23세 공격수 이동경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선발 기회가 확연히 줄었지만 "내가 가진 부분을 더 잘할 수 있게 늘 준비돼 있도록 신경쓸 뿐 불평할 틈은 없다"고 했다. '왼발잡이' 이동경은 지난 15일 경주한수원과의 FA컵 16강전(2대0승)에서 회심의 오른발 골로 김 감독의 극찬을 받았다. 4-1로 앞서던 상주전 후반 42분,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왼발 골은 알고도 못막는 이동경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동경의 리그 첫 골을 가장 기뻐한 건 '428호 룸메이트 선배' 이청용이다. "정말 멋진 골이었다.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의 골이라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 열심히 훈련에 임해온 동경이에게 적절한 보상이고,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굉장히 중요한 골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원두재(feat. 신진호)

'올림픽대표팀 MVP' 원두재는 올 시즌 13경기 중 9경기에서 선발이었다. 4-1-4-1 포메이션에서 포백을 받치는 원볼란치로, 4-2-3-1 포메이션에서 공수 밸런스를 조율하는 투볼란치로, 위기 상황에선 센터백도 소화한다. 강한 체력과 활동량으로 수비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정확한 패스와 판단력으로 공격작업을 돕는다. 지난 12일 대구전 패스 성공률은 무려 96.2%, 전진패스 28회중 27회를 성공했다. 상주전에서도 83.6%의 패스가 성공했다. 리그 1년차답지 않은 침착하고 노련한 플레이다. 벤투호 입성 가능성이 점쳐질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캡틴이자 중원 파트너 신진호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를 뛰면서 경기력과 자신감이 점점 올라오는 것 같다. 팀에 잘 적응했고, 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선수"라고 후배의 능력을 극찬했다. "수비쪽에서 적극적으로 두 센터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잘하고 있고 연계도 좋아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도 잘한다"고 장점을 짚어냈다. "우리 팀에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선 (원)두재가 확실한 중심을 잡아줄수 있는 미드필더"라면서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도 기대되는 선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매일 훈련장에서 발을 맞추는 '국대 선배'들이 칭찬까지 아끼질 않으니 후배들이 힘이 나지 않을 리 없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올 시즌 김 감독의 울산은 그래서 참 좋은 팀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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