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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2010년대 후반, K리그의 중심은 '현대가'가 차지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는 축구를 사랑하는 모기업의 꾸준한 지원 속에 한국 축구의 근간을 이룬 게 사실이다. 이런 현대가의 득세에 상대적으로 주춤한 건 '제철가'다. 포스코의 지원을 받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1부)와 전남 드래곤즈(2부)다. '제철가'의 두 형제 구단은 지금은 현대가와는 비교가 안 되는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선수 스쿼드와 연봉 싸움에선 크게 밀린다. 게다가 전남은 2년 전 1부에서 2부로 떨어져 직접 비교도 어렵다. 그런 포항과 전남이 '제철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몸부림 치면 2020시즌 중반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기동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는 18일 FC서울과의 원정에서 3대1 역전승을 올리며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4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로 선두권의 울산과 전북을 강하게 압박해갔다. 포항 공격의 중심 일류첸코 송민규 팔라시오스가 보여주는 빠르고 짜임새있는 공격은 보는 이들을 흥분시킬 정도로 짜릿하다. 전문가들은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현대가의 대항마는 앞으로도 많지 않다. 그나마 포항과 대구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포항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정도라고 한다. 우수한 선수를 뽑아오는 직원에게 그에 다른 포상을 주는 것이다. 포항은 2013년 정규리그 우승이 마지막 챔피언 등극이었다. 당시 울산을 마지막 경기서 극적으로 제압하고 역전 우승했다.
1983년 K리그 원년 참가팀인 포항은 한국 축구사의 산 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철강왕' 박태준 회장의 축구사랑이 대단했다. 포항 스틸러스의 성공적인 정착 이후, 전남 드래곤즈는 1994년 포스코의 또 다른 사업장인 전남 광양시에 만들어졌다. 포항 스틸러스가 '형'이라면 전남 드래곤즈는 '동생'인 셈이다. 포항은 총 5번(1986년, 1988년, 1992년, 2007년, 2013년)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FA컵 우승도 4번 차지했다. 전남은 아직 K리그 1부 정규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FA컵에서만 3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과 전남은 함께 1부에 있을 때 '현대가 더비' 못지 않은 치열한 '제철가 더비'를 치렀다. 제철가 더비 결과에 따라 모기업의 지원금 규모가 결정된다는 근거없는 루머가 돌 정도로 두 팀의 맞대결은 치열했다. 하지만 1부와 2부로 노는 무대가 달라진 후 두 구단은 상호 협력하는 형제 관계가 됐다. 포항 스틸러스 양흥열 대표와 전남 드래곤즈 조청명 대표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대표는 함께 포스코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한 배를 탄 동지인 셈이다. 서로 조언을 구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이라고 한다.
조청명 사장은 지난 겨울, 2부에서 갈길을 못 찾고 방황하는 구단을 개혁하면서 포항 구단에 인적 도움을 청했다. 유능한 베테랑을 영입해 구단의 중책을 맡겼다.
또 공교롭게도 포항 사령탑 김기동 감독(48)과 전남 전경준 감독(47)이 똑같이 포항 스틸러스와 부천SK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둘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함께 부천SK에서 뛰었다.
축구계에선 포항과 전남이 앞으로 더 성장해 과거 제철가의 옛 명성을 되찾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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