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中 간 '지메시'지소연 "리프팅1만번,프리킥1000번 해봤어요?"[위크엔드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6-26 05:30


잉글랜드 첼시위민스 지소연과 장평중학교 축구부 선수들 동대문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제 중학교 때 생각이 나서 울컥하네요.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지메시' 지소연(29·첼시위민)이 6월 중순 서울 동대문구 장평중학교를 깜짝 방문했다. 1991년 대통령배 금융단 축구 MVP 출신 김도연 감독이 이끄는 장평중 축구부 후배들을 만났다. 지난 4월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해 귀국한 지소연은 '강호의 고수'들이 총집결했다는 월계축구회에서 김 감독과 함께 볼을 찬 후 서로 클래스를 알아봤다. 김 감독은 "처음 발을 맞췄는데, 주고 들어가는 움직임, 축구지능이 대단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소연 역시 "선수끼리 웬만해서 볼 잘 찬다는 이야기 안하는데, 김 감독님은 진짜 실력자"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리하여 지소연의 장평중 축구부 멘토링이 전격 성사됐다. 김규상 장평중 교장은 "아이들이 지소연 선수와의 만남을 정말 기다렸다. 오늘 만남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축구를 하는 데 큰 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월드클래스' 지소연을 바라보는 장평중 1~3학년 축구소년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지소연은 어린 후배들을 앞에 두고 소위 '라뗀 말이야' 식의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았다. 짧은 자기소개 후 "궁금한 것 있어요?"라며 소년들에게 공을 넘겼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던 소년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 "첼시는 어떻게 가게 되셨어요?" "첼시에서 훈련은 어떻게 해요?" "첼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개인훈련, 재활은 어떻게 하셨어요?"

동네 남자아이들과 공차기를 즐기던 '골목대장' 지소연이 서울 이문초 2학년 때 남학생으로 오인받아 축구부에 들어간 후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첼시 10번으로 7년째, 월드클래스 여자축구 에이스로 성장하기까지, '오직 축구'의 꿈 하나로 직진했던 20년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5년 '축구성지'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노츠카운티와의 FA컵 결승전에서 한국 축구선수 사상 최초로 결승골을 밀어넣던 순간을 떠올렸다. "웸블리에서 골 넣은 아시아선수가 저예요. 손흥민 선수보다 조금 먼저"라는 말에 장평중 후배들은 "와!"하며 뜨거운 환호를 쏟아냈다.

"제일 좋아하는 기술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지소연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기술 별로 안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건 원터치"라고 했다. 기본기와 첫 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아시아선수들이 피지컬이 뛰어난 유럽선수들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선 기본기가 좋아야 해요. 볼 소유가 돼야 하거든요"라더니 후배들에게 대뜸 질문했다. "리프팅 1만개 해본 사람 있어요? 1000개 하는 데 몇 분 걸리는지 알아요?" 후배들이 선뜻 대답을 못내놓자 지소연이 자문자답했다. "1000개, 딱 8분 걸려요. 그렇게 매일 1만개씩 해야 해요. 1m 콘 안에서 1만개 성공하면 바로 전화해요. 누나가 밥 사줄게"라고 약속했다. "지금 여러분 시기, 중학생 때 축구가 제일 많이 늘어요. 이때 기본기 훈련을 정말 많이 해야 해요. 제일 귀찮고 제일 힘들지만 제일 중요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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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 잘 차는 법'에 대한 질문에도 답은 똑같았다. "하루에 1000개씩. 운동 시작 전, 끝나고 나서 매일매일 무조건…. 부족하다 싶으면 차고, 또 차고… 100개 차야겠다 결심하면 무조건 100개 차야 해요. 운동장이 없으면 주차장에서라도 차고…, 결국은 연습뿐이에요. 감독님, 코치님 말씀 잘 듣고…, 그래야 좋은 선수 될 수 있어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좋은 선수가 되려면 그 뻔한 일을 해야 해요."

지소연은 체구가 작은 3학년 풀백을 향해 "몸 작다고 수비 못하는 것 아니에요"라더니 1학년들을 향해선 "어리다고 3학년 형보다 못하는 것 절대 아니에요. 축구는 잘하면 경기 뛰는 거예요"라고 했다. '오직 실력'을 강조했다. 1m61의 작은 거인, 지소연이 세계를 무대로 그렇게 뛰어왔다. "첼시에서 7년째 10번으로 뛰고 있어요. 매년 잘하는 선수들이 치고 들어오는데 10번 안뺏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항상 노력해야죠"라며 생긋 웃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짧고 쉬운 대답을 이어가던 지소연이 가장 긴 답변을 내놓은 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여자가 축구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사회적인 편견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죠.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냐,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 축구는 남자 스포츠다'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는 그 편견을 깨주고 싶었어요. 여자도 정말 축구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남자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목표가 있었기에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했더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롤모델이 누구예요"라는 질문에 지소연의 대답은 월드클래스다웠다. "좋아하는 선수는 많아요. 메시도 좋아하고, 지단도 좋아하고…. 그런데 좋아만 하지 말고 내가 그런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누군가 닮고 싶어하는 선수가 되자'를 목표 삼았어요. 여러분도 '선수들이 닮고 싶어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축구의 새 길을 여는 선수, 지소연은 26일 오후 런던 첼시행 비행기에 다시 오른다. 7년째 잉글랜드 첼시 10번을 지켜온 지소연이 또다시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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