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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지하 작은 사무실. 그곳의 불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다.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51)의 '밤샘 스터디'가 끝나야 비로소 불이 꺼진다.
'제갈용' 정 감독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방법은 하나다. 공부 그리고 또 공부다.
그동안 정 감독이 걸어온 길 때문이다. 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었다. U-20 월드컵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연령별 전문가'로 꼽힌다. 정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고 여러 차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연령별 대표팀과 프로는 엄연히 다른 무대다. 프로 지도 경험이 1년여(2014년 대구FC 수석코치)에 불과한 정 감독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곤 했다.
정 감독 역시 자신을 향한 의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시즌 전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밑바닥부터 한 걸음씩 올려가보려고 한다. 선수들과 신뢰를 갖고 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말을 아낀 정 감독은 대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바로 분석이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 때도 상대를 120% 파악한 '맞춤형 전술'로 팀을 이끌었다. 정 감독은 이랜드 사령탑 취임과 동시에 데이터 축구를 통한 팀 성장을 선언했다. 그는 전력분석팀을 신설했다. 기존 전력분석원 체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들은 선수단 훈련과 타 구단 분석을 책임진다.
또한, '스포츠 사이언티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K리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개념이다. 이들은 선수들의 식단 등 일상생활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를 다루고 있다. 정 감독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단 운영 기틀을 잡고 타 구단 전력을 분석한다. 여기에 정 감독의 '철칙'이 하나 더 추가된다. '지금, 바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전력 분석에 돌입한다. 경기가 몇 시에 끝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가 끝난 즉시 영상을 분석한다. 홈경기 때는 구단 사무실에서 밤샘 분석을 한다. 원정 때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한다. 장거리 원정에선 차 안에서 영상을 훑어본 뒤 정 감독의 집에서 추가 분석을 한다. 수도권 원정일 때는 근처 사무실을 빌려 분석을 마무리한다. 밤샘 스터디에는 정 감독을 포함해 코칭스태프 전원이 참석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감독님께선 야간 경기 뒤에도 새벽까지 남아 전력을 고민한다"고 귀띔했다.
노력의 결실은 매 경기 그라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랜드는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첫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이랜드는 급기야 '강팀' 대전 하나시티즌을 제압했다. 지난 13일 열린 대전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홈경기에서 2대0 승리를 챙겼다.
상대의 허를 찌른 전술이 주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랜드는 5경기에서 4골을 넣는 데 그쳤다. 반면, 대전은 5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다. 이랜드는 '막강 화력' 대전을 상대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정 감독은 3-2-4-1 전술을 활용했다. 좌우 측면 선수들의 라인을 끌어올려 최대 5명이 공격하는 형태다. 전략은 적중했다. 이랜드는 외국인 선수 수쿠타-파수가 K리그 마수걸이 골을 폭발시켜 2대0 승리를 거머쥐었다.
정 감독은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리그 2승에 불과하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더 많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분석이기 때문에 밤낮할 것 없이 공부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랜드는 22일 홈에서 안산 그리너스와 격돌한다. 선수단은 짧은 휴식 뒤 16일 훈련 재개한다. 그러나 정 감독은 쉴 틈이 없다. 그는 휴식일을 활용해 창원으로 향한다. 1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경남FC와 안산전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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