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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찬 인터뷰]'500-1경기' 김영광 "첫 번호 41번 다시 달고 500경기라니…울컥"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06-04 05:50


스포츠조선DB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김영광(37·성남FC)이 K리그 역사를 통틀어 단 2명(김병지 최은성)의 골키퍼만이 보유하고 있다는 '영광'스러운 기록, 500경기 출전을 앞뒀다. 오는 7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 출전시 '500'을 돌파한다.

김영광은 "500경기 라니…, 신기하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걸어왔는데.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받았던 41번을 달고 500경기 맞이한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런다. 허허. 예전에 운동하고 그랬던 게 스쳐가기도 한다"고 스포츠조선의 축구전문방송 '볼만찬기자들'을 통해 500경기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대기록을 앞둔 선수들은 최고의 나날보단 으레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곤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기적의 해'였던 2002년이 김영광에겐 인고의 시간이었다. 김영광은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해)데뷔까지 1년 넘게 기다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청소년 대표를 지냈지만, 청소년 대표와 프로의 벽은 확실히 달랐다. 당시 우리 팀에는 슈팅이 좋은 노상래 삼촌이 있었다. 노상래 삼촌이 때린 슛을 하나도 못 막았다. 내가 이 정도 골키퍼 밖에 안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김영광은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1년 동안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달라'는 신념 하나로 밤낮없이 운동했던 기억이 난다. 순발력과 점프 운동을 많이 했다. 그렇게 데뷔전이 찾아왔다. 2003년 부천전이었고 막판에 실점해 1대1로 비겼다. 그 이후에 출전한 성남 일화(현 성남FC)전은 내가 주전으로 도약한 경기다. 6월 22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지금으로 따지면 리버풀과 같은 성남 선수들의 슛을 많이 막았다. 샤샤의 페널티가 골대를 맞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2007년 울산 현대로 떠난 김영광은 경남FC, 서울 이랜드를 거쳐 올해 성남에 입단했다. 올 시즌 팀의 K리그1 4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통산 출전기록 499경기가 됐다. 통산실점은 589골. 김병지, 최은성에 이은 역대 3위다. '500-600' 클럽 가입도 머지 않았다. 김영광은 "많이도 먹었다. 그만큼 많이 고생했고, 많이 경험했다는 것 아닐까. 돌아보면 더 조금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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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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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시절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을 닮았다 하여 '리틀 칸'으로 불린 김영광은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오는 28일이면 39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하지만 경기장 위에선 여전히 20대 선수 못지않은 선방쇼를 펼친다. 올 시즌 K리그1 4라운드 현재 4번째로 많은 10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성남 골문으로 날아온 14개의 피유효슛 중 10개를 쳐냈다. 피유효슛 대비 선방은 약 71.4%에 이른다. 10개 이상의 피유효슛을 허용한 골키퍼 중 오직 김정호(부산 아이파크/75%)만이 더 높은 선방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상암에서 열린 FC서울전에선 김영광의 진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0-0 팽팽하던 후반 27분 문전에서 때린 고광민의 슛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서울은 9개의 슛을 쏘고도 김영광이 지키는 성남 골문을 끝내 뚫지 못했고, 경기는 후반 44분 토미의 골을 지켜낸 성남의 1대0 승리로 끝났다. 김영광은 "서울을 이겨본 것도, 상암을 찾은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경기 전 한참을 둘러봤다. 원정팀 라커룸 앞에 제가 있는 올림픽 대표팀 사진이 걸려있더라. 그때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고광민 슛 선방 장면에 대해서는 "분명 주변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한 명이 튀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렸다. (고광민을)늦게 봤으면 (골을)먹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성남은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돌풍팀이다. 4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는 짠물수비로 2승2무, 무패를 달리고 있다. K리그1에서 무패 중인 구단은 울산 현대와 성남뿐이다. 김영광은 "매번 최다실점을 하다가 최소실점을 하니까 생소하다"며 "팀에 들어와보니 조직적, 전술적으로 팀이 너무 잘 만들어져있어 깜짝 놀랐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즐겁게 축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김남일 감독님은 '초보 감독' 같지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다. 말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랜드 시절 팀이 최하위를 했을 때 나는 베스트 골키퍼상, 전경기 출전상, 선방률 1위를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좋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곳에선 나 개인보단 우리 팀이 잘 되는 거,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상위 스플릿?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얘기하면 잘 안 풀리더라. 좋은 결과 기대한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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